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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칼럼지적재산권

성형외과, 연예인사진 무단사용 판치는 이유는?



2012년 8월쯤 부산의 한 성형외과가 운영하는 홍보용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배우 김선아님과는 2011년부터 좋은 관계라고 하시죠~ 이번에는 일정 때문에 못 뵈었지만 조만간 찾아주실 거라는 연락 주셨고요~ 김선아님이 직접 추천하는 부산 성형외과랍니다."

이 블로그에는 '김선아님의 친필 응원 사인'이라며 김선아의 사진과 서명도 게재됐다. 그러나 이 성형외과는 김선아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으며, 사진과 서명을 사용하는데 대한 허락도 받지 않았다. 김선아는 초상권과 성명권,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며 병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하고 2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1심 판결과는 다소 다른 판결이 나왔다. 성형외과 광고 게시행위는 초상권과 성명권을 포함한 김선아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1심에서 인정된 금액과 동일한 2500만원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지만, 1심에서 인정한 '퍼블리시티권'의 침해에 대해선 퍼블리시티권은 성립요건 및 보호대상, 구제수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이 배우 김선아처럼 사진과 이름 등을 동의없이 홍보에 활용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당했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권리가 주목받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초상권과는 달리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이는 퍼블리시티권이 연예산업 및 스포츠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 태어난 개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이란 "개인의 성명, 초상 등의 동일성(identity) 표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되고 있다. 초상권이나 성명권이 인격권으로서 주로 개인의 인격적 가치를 보호하는 권리인 반면, 퍼블리시티권은 '재산적 가치'를 보호하는 권리라는 점에서 구별되고, 이용이나 침해의 형태가 초상과 성명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퍼블리시티권을 처음으로 인정한 미국에서는 50개 주 가운데 32개 주가 성문법 또는 판례로 이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의 양도나 상속도 허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재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명문 법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하급심 판결에서는 엇갈린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김선아 사건의 경우 1심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인정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대신 인격권의 침해만을 인정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아도 유명인의 이름, 사진 등의 도용은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실제로 퍼블리시티권이 부정된 판결에서 초상권 침해 등이 인정돼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다수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터테인먼트업계와 학계는 왜 퍼블리시티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할까. 

초상권 등 '인격권' 만으로는 유명인의 권리 보호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퍼블리시티권의 핵심은 유명인의 사진, 성명 등이 인격권은 물론 '재산권' 성격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손해배상은 크게 재산상 피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으로 나뉘는데 인격권만으로는 재산상 피해배상은 사실상 어렵다. 

실제로 퍼블리시티권이 부정된 판결의 손해배상 수준을 보면 대부분이 100만~300만원 수준의 정신적 피해 보상에 그친다. 연예인의 사진 등을 도용해 얻는 광고효과는 보통 수백만원을 웃돌기 때문에 이 같은 배상수준으로는 무단도용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실에선 이미 퍼블리시티권을 바탕으로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연예인이 기획사에 본인의 퍼블리시티권 사용 권리를 맡기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에도 명시돼 있을 정도다. 

스포츠스타 등과 퍼블리시티권 사용 계약을 맺고 캐릭터 사업을 벌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유명 야구 게임인 '마구마구'와 '슬러거'가 은퇴한 야구선수들의 성명과 초상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분쟁이 발생하자 결국 은퇴 야구선수들과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은 현재 국내에서도 ‘퍼블리시티권’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이미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한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법원에서는 이 권리의 인정 여부를 놓고 계속 엇갈리는 판결을 내놓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 대법원 판결이 이른 시일 내에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일한 해결책은 '입법을 통한 퍼블리시티권 성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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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헌 변호사 M&A, 가맹사업, 지적재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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