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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영장…'컴퓨터' 그대로 들고 갈 수 있을까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회사 내 보관돼 있던 내부문서 뿐 아니라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메일 내역 등을 증거물로 확보한다.

기업의 업무는 컴퓨터 없이 이루어지기 힘들고, 컴퓨터와 휴대폰 그리고 인터넷 없는 일상생활을 생각하기 어렵기에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 이메일 수발신 내역, 휴대폰 문자나 카카오톡 대화 기록 등 소위 ‘디지털 증거’는 각종 범죄 혐의를 밝히는 직간접 증거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증거는 원본과 사본의 구별이 곤란하고, 저장매체를 옮기더라도 내용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으며, 또한 인위적 조작이 가능한 점 등 그 특수성으로 인해 보통의 압수물과는 다른 법적 쟁점이 존재했다. 특히 컴퓨터하드디스크 자체를 압수하게 될 경우 그 안에는 영장이 청구된 범죄혐의와 관련없는 무수한 정보들이 함께 저장돼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압수물이 '정보저장매체'면 혐의사실 관련 부분만 '문서출력·파일복사'


이에 2012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인 경우, 원칙적으로 압수수색 현장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출력물로 제출받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컴퓨터하드디스크 등 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로, 압수수색현장에서 범위를 한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그로써는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그 저장매체를 압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개정에 앞서 2011년 대법원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이 적법성을 갖추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5. 26.자 200모1190 결정)

즉 이미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제거되어 있고 전원공급이 차단되는 등 현장에서의 출력이나 복사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더라도 영장에 그 저장매체 자체를 외부로 반출할 수 있도록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며, 저장매체 자체를 수사기관으로 옮긴 후 이를 탐색하여 해당 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사하는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압수수색영장 집행의 일환에 포함되므로 그 경우에도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에서 당사자나 변호인에게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가 규정하는 참여의 기회가 계속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저장매체 내 정보의 훼손이나 임의적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수사기관의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만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절차가 적법하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에서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하여, 당시 당사자의 합의하에 집행이 이루어졌고, 수사기관이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일시로부터 소급해 일정 시점 이후의 파일들만 복사한 것은 나름대로 혐의사실과 관련있는 부분으로 대상을 제한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당사자측도 조치의 적합성에 대해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위 영장집행은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가 저장된 저장매체를 압수·수색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이를 출력하여 수사자료로 삼고, 재판으로 넘겨진 이후에는 피고인의 유죄의 증거로 법정에 제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위 형사소송법 규정과 판례가 제시하는 원칙, 저장매체 자체의 압수 등의 경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압수수색의 경우, 당사자는 법원에 해당 압수수색처분 자체의 취소를 구할 수 있고, 재판으로 넘겨진 이후 피고인으로서는 재판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가 정하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따라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음을 주장할 수 있다.


압수수색 절차 어겼으면 '압수수색처분 취소'


실제로 대법원은 전자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의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전체 압수수색처분 대한 취소를 결정한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면, A회사 회장의 배임혐의와 관련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검사는 A회사 내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현장에서 저장매체에 범죄혐의와 관련된 정보(유관정보)와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무관정보)가 혼재된 것으로 판단하여 A회사의 동의를 받아 저장매체를 수사기관 사무실로 반출한 다음 회장측의 참여하에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파일 전부를 다른 저장매체로 복제(제1처분)하였다.

여기까지는 적법하고 위 제1처분 자체에는 어떠한 문제점도 없었다. 그런데 이후 수사기관이 회장측의 참여 없이 복제본을 다른 외장 하드디스크에 재복제(제2 처분)하고, 회장측의 참여 없이 하드디스크에서 유관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A회사의 배임 아닌 별건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 등 무관정보도 함께 출력(제3 처분)한 것이 문제된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제1처분은 적법하다 할지라도 제2·3 처분의 위법의 중대성 비추어 위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이 전체적으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대법원 2015.7.16.자 2011모1839전원합의체 결정)즉 영장의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에 대하여 까지 당사자의 동의나 참여 없이 무차별적으로 복제하고 출력한 수사기관의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위반에 대해 법원은 관용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만 제1처분(유관정보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취소하는 것은 절차적 적법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실체적 진실규명을 도외시하는 것이라는 반대의 견해도 존재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다수견해가 지적하였듯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휴대전화기 등 전자정보가 저장된 대용량의 저장매체일 경우, 그 안에는 수많은 문서, 동영상, 사진 등이 파일 형태로 저장되고, 이러한 정보는 개인의 행동을 시간·장소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밀한 생각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 보유자가 대체로 타인과 공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있어 헌법이 정하는 적법절차원칙과 영장주의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접근과 취급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기소이후에도 그에 따라 수집된 증거가 피고인의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엄격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진우 변호사 금융, M&A, 경영분쟁, 영업비밀, 배임횡령, 기업형사, 부동산, 채권채무, 폭행, 임대차분쟁, 손해배상, 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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