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B국 출신으로 2001년 경 처음으로 입국한 후 한국 땅을 떠난 적이 없다. 원래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한국여성과 만나 결혼을 했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온 세상을 얻은 듯했다. 5년 뒤 귀화허가를 받고 B국 국적을 포기했다.

한국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12월 현재 아이는 고아원에 있다. 아버지는 1년째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고, 부인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발단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 오기 전 여권발행을 대행해 준 중개인이 나이가 어리면 비자발급이 어렵다며 나이를 6년 정도 앞당기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만 했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았다. B국은 당시 전국 단위의 출생등록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나이를 편의대로 기재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고, 처벌대상도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조차 졸업증명서에 학생의 나이를 임의로 기재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보니 나이가 많은 아버지로 있는 것이 나중에 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실제 나이로 등재되고 싶었다. 주변에 알아보니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말하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스스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서 정정신청을 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귀화허가 취소처분이었다. 귀화허가를 신청할 때 허위의 인적사항 신분관계 증명서류를 제출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검찰에서는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했지만, 출입국관리당국은 국적을 박탈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고 본 것이다. 이미 B국 국적을 포기한 후였기 때문에 졸지에 무국적자가 됐다.

B국 대사관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적포기절차가 이미 완료되었기 때문에 도울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귀화허가 취소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무국적이었기 때문에 결혼이민자로 체류자격을 다시 얻는 것도 불가능했다. 체류자격을 얻으려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단속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B는 계속해서 가족을 부양하며 한국에서 살았다.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올해 초 갑자기 직장에서 단속이 돼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다. 무국적자여서 당장 어디로 송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무작정 구금해버린 것이다. 부인은 아이를 혼자 키우다 생활고 때문인지 아이만 남겨놓고 집을 나가버렸다. 아이는 결국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그 바람에 익숙한 동네와 친구들을 떠나 전학도 가야 했다.

A가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이 없이 추방당하는 것이다. 강제퇴거 후 입국금지기간도 문제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재량이 넓어 예측이 어려운 출입국관리행정의 성격상 다시 비자를 받고 입국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행정은 이처럼 경우에 따라 형사사건만큼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형사사건의 경우 엄격한 절차와 사법심사를 거치는 것과 달리, 출입국관리행정은 행정절차법조차 적용되지 않고 있다. 법원도 당국의 재량을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다. 그러다보니 출입국관리행정처분이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정밀한 판단기준이나 이익형량 없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 사건처럼 기소유예처분을 받을 정도로 경미한 사안이 결국 가족해체와 기약 없는 구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 잡는 칼로 채썰기하다 도마까지 아작 내는 꼴이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의 인생은 과연 누가 책임져줄 것인가.

박영아 변호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다. 이주난민, 빈곤복지 분야에 관심이 있다. 공감은 국내 최초로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삼은 비영리변호사단체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을 통해 나의 '상식'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세상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