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은 "전관예우는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말"이라며 "국민들의 의식에서 전관예우라는 말이 사라질 때까지 사법 개혁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때부터 사법개혁을 줄곧 얘기했습니다. 특히, 전관예우 타파에 가장 공을 들였습니다."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는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회장(62·연수원 15기)의 일성이다. 그는 지난 임기에 가장 역점을 둔 분야로 전관예우 타파를 꼽았다.

◇ "부끄러운 전관예우…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미개업 전통돼야"

"전관예우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뿌리 뽑힐 때까지, 국민의 의식에서 전관예우라는 말이 사라질 때까지 개혁을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전관예우.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며 처음 맡은 소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를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까지 올라있다. 그만큼 법조계 안팎에 만연해있으며,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 회장은 지난해 차한성 전 대법관에게 변호사 개업 신고 철회를 요청해 화제를 모았다. 이런 행보로 전관예우가 사회적 이슈로 재차 부각되기도 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게는 인사청문회 단계에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아냈다. 지난해부터는 협회 차원에서 '전관비리 신고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를 개업하지 않는 게 전통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개업한 31명의 대법관에게는 연고관계에 대한 사건 수임을 제한해달라는 편지도 보냈습니다. 변호사가 아닌 학계나 법률상담 등 다른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 "검사평가제 시행…올해 첫 검사 성적표 나온다"

그가 말하는 사법개혁은 전관예우 타파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법조계의 또 다른 한 축, 검사 역시 개혁의 대상이다. 그는 그 시발점으로 지난해 10월 변호사가 담당검사를 평가하는 '검사평가제' 시행을 발표했다. 이달 중에 '검사들의 첫번째 성적표'가 나올 예정이다.

"최근 8년간 검찰조사를 받고 자살한 사람이 100명이 넘습니다. 2014년에만 22명, 2015년에 17명이 자살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가 너무 강압적이고 인권침해적 요소가 많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 왔습니다. 제도적으로 검사의 권한이 너무 강합니다. 피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견제가 필요합니다. 검사가 수사를 할 때 절차를 준수하고 피해자 인권을 잘 보장해줬다면 결과도 잘 나오겠지요."

그는 지난 2008년 서울변호사협회 회장 시절에 법관평가제 시행을 주도하기도 했다. 벌써 8년째 시행 중이다. 평가 결과를 법관 인사에 반영하는 법안도 마련돼 국회 계류 중이다.

"당시 법관평가제를 시행할 때도 논란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도적으로 안착이 됐습니다. 평가 전에는 판사가 당사자 위에 군림하는 귄위주의적 풍토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법관평가제 시행 이후 법원이 민주화돼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 "대법원 구성 다양화·국선변호사 제도 통합 이뤄야"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대법원 구성 다양화'와 '국선변호사 제도 통합'을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판사와 검사는 물론 교수와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대법관이 나와야 한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일본은 대법관을 판사와 변호사, 검사, 교수, 노동전문가, 외교관 등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합니다. 지금은 학력과 지역 성별의 다양화만 고려하지만, 직업의 다양화도 이뤄야 합니다. 그래야 다양한 시각으로 국민의 가치관을 담아 판결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국선변호사도 개혁의 대상이다. 법원이 채용해 평가하는 지금 체제로는 제대로된 국선 변론이 어렵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국선변호사 제도를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법원이 국선변호인에게 월급을 주고 선임과 연임의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법원이 변호인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지금 체제에서 변호인은 법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변론을 할 수가 없죠."

[Who is?]

경남 남해 출신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3년 사법시험(25회)에 합격했다. 사시 합격 후 법원이나 검찰을 거치지 않고 30여년 동안 변호사로만 활동했다. 2007년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2014년 2월, 두 번의 도전 끝에 48대 대한변협 회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