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에서 개인회생 브로커 117명이 기소됐다. 이들이 활동한 지역들의 개인회생 면책률은 서울지역 19.3%, 인천지역 11.8%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들을 기소한 검찰은 브로커들 때문에 개인회생 면책률이 낮다고 분석했다. 브로커들이 면책 가능성 없는 채무자들에게 개인회생신청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로커들이 활동한 지역의 개인파산 면책을 포함한 면책률이 9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회생 제도의 구조에서 낮은 면책률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개인회생 제도는 조정된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모든 소득을 60개월 동안 모두 변제해야 면책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양가족 2명을 두고 월 300만원을 버는 홀아비 A씨가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면 올해 기준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 150만원 정도를 60개월 동안 변제해야 면책을 받게 된다. 월 180만원을 버는 부양가족 없는 노총각 B씨가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면 월 소득의 절반인 90만원을 60개월 동안 변제해야 한다.

그런데 월 300만원을 버는 홀아비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두 아이를 150만원으로 키우는 것이 가능할까?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갑자기 아이가 아파 병원비가 필요하거나 아이가 사고를 쳐서 형사합의를 해야 하는 등 큰 돈이 필요하면 어찌할 것이란 말인가? 현 개인회생 제도에서 A씨가 면책을 받기 위해서는 두 아이와 여행도 한 번 가지 못하고 제대로 된 외식 한 번 못한 채 5년을 살아야 한다. 5년 동안 두 아이는 갑자기 아프지도 말아야 하고 부조금이 충분치 않다면 부모님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않아야 한다. 노총각 B씨는 개인회생을 하는 동안 마음에 둔 여성과 데이트 한 번 못한 채 중년에 돼야 면책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인 A와 B가 5년 동안 큰 돈을 쓸 일이 한 번도 없이 지나가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10%대 개인회생 면책률보다 높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5년 동안 조정된 최저생계비를 꾸준히 변제해야 면책시켜주는 현 개인회생 제도에서 5년을 버티는 채무자는 개인회생 신청 과정에서 재산·소득을 줄여서 신고했거나 다른 사람의 경제적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10%대 개인회생 면책률을 개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현행법에서 사실상 사문화돼 활용이 미미한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상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채무자회생법 제619조에서 규정하는 '인가 후 변제계획 변경제도'를 이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개인회생이 인가된 이후에도 채무자가 부득이 제때 변제하지 못할 사정이 생기면 개인회생 절차를 폐지하는 대신 월 변제금을 낮춰 이어가게 된다. 같은 법 제624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특별면책 제도'를 활성화하면 비슷한 상황에서 즉시 채무를 면책시켜 채무자의 재기를 돕는 방향으로 실무가 운영된다. 이 두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면 개인회생 면책 비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법정생계비를 산정하는 기준을 지금보다 상향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고시 최저생계비의 150%를 그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너무 낮아 재기를 꿈꿀 최소한의 환경조차 보장되지 않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개인회생 제도는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와 갱생을 돕기 위한 절차인데도 채무자와 가족들은 경제적인 징벌로 작용할 만큼 높은 변제금을 부담해야 한다.

법무법인 서율의 최동욱 변호사는 전문직과 기업 대표의 회생·파산 업무를 주로 맡았다. 아울러 도산절차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배임·횡령·강제집행면탈 관련 형사사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도 집합건물 관련 관리단 소송 등 부동산 소송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