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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법무부라는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 로스쿨

[theL] 법무부 요직 대부분 검사 차지…로스쿨 제도에 법무부 개입 최소화해야

김현웅 법무부 장관. /사진=뉴스1

지난해 말 '사법시험 폐지를 4년 동안 유예하겠다'는 법무부 발표가 나오자 법조계가 들끓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변호사 단체들은 물론 연관 없는 단체들까지 매일같이 보도자료를 만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을 보이콧하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섰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3년이라는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은 졸업생들은 결국 90% 이상 시험에 응시했다. 변시 앞에 이들은 '을'에 지나지 않았다.

사시가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되는 것은 국회가 제정한 변호사시험법에 규정된 일이다. 이를 뒤바꾸는 것은 엄밀히 말해 행정부처인 법무부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마치 권한이 있기라도 한 듯 사시 폐지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법무부가 로스쿨 제도에 개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법무부는 첫 변시 전인 2010년 말 공청회를 열고 변시 합격률을 어떻게 정할지 논의에 나섰다.

이에 기존 변호사들의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매년 합격자를 1000명으로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고 변호사들의 실력 저하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기존 기득권 세력인 변호사들로서는 당연한 주장이다.

로스쿨 학생들은 반발했다. 로스쿨에 매년 2000명이 입학하는데, 변시 합격자를 1000명씩 배출하면 합격률은 1회 50%, 2회 33%, 3회 25%라는 계산이 나온다. 재수생이 매년 쌓이기 때문이다.

반발에 부딪힌 법무부는 결국 매년 1500명을 합격시키겠다며 로스쿨 학생들을 달랬다. 한발 물러났지만 합격자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변호사 업계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그 결과 변시는 매년 합격률이 낮아져 올해는 50% 초반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가 중립에 서서 대한변협과 로스쿨의 입장을 조율한 것처럼 보이지만, 변시 합격자 수를 줄이고 싶어한다는 점에선 대한변협과 다를 바가 없다.

법무부는 장·차관을 비롯한 요직을 대부분 검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공직에서 물러나면 변호사 자격증으로 생계를 꾸린다. 변시 합격자가 많이 배출될수록 퇴임한 검사들의 밥그릇이 작아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법무부가 변시 합격자 수를 정한 것은 판사가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변시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 평가하는 것이어야 한다. 절대평가로 실시해 졸업생들의 수준이 부족하다면 모두 탈락시켜야 하고, 거꾸로 응시자 전원을 합격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변시의 취지를 외면한 채 매년 변호사 몇 명을 배출할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해를 거듭할수록 합격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당연한 예측과 그로 인해 같은 로스쿨 출신들끼리 실력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도 따져보지 않았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변시 1회를 통과한 이들이 후배들에 비해 합격률이 높았고, 비교적 쉽게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돈다. 법무부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집중한 결과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변시 합격자 수를 법무부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변호사시험법을 개정하고 로스쿨에 대한 법무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법무부라는 고양이에게 맡겨두는 한 로스쿨이라는 생선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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