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사진=뉴스1

단순 집회 참가자가 교통 방해의 고의 없이 주최자의 안내에 따라 행진했다면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유모씨(24)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유씨는 2011년 8월28일 4차 희망버스 집회에 참석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등 약 800여명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역 앞부터 남영삼거리까지 차도를 2시간30여분 동안 점거하고 행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주최 측은 왕복 8차로 가운데 편도 2개차로만 이용해 행진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3∼4개 차로를 점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집회 종료 지점인 남영삼거리에서 50ｍ를 더 진행해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왕복 8개 차도 중 나머지 편도 4개 차도에서는 행진이 진행되지 않아 경찰의 적절한 교통정리에 따라 차의 통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2심도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4개 차로를 점거했던 시간은 28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유씨가 집회의 조건을 정확히 알지 못했고 주최자의 안내에 따라 행진한 것에 불과해 미필적으로라도 일반교통방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유씨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유씨에게 고의가 없었다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도로 점거시간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 없이도 무죄라는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4차 희망버스 집회는 경찰이 2개 차로로 행진을 제한한 것이 적법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경찰은 교통질서 유지 조건을 주최 측에 전화로 통보하고 통보서를 우편함에 넣어뒀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같은 통보가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해당 집회 참가자 정모씨에 대해 "사회통념상 주최 측이 통보서를 알 수 있는 상태였다"며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