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표 예매하듯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the L][인물포커스] 박효연 헬프미 대표 인터뷰…"법률서비스 문턱 낮추겠다"

박효연 헬프미 대표이사.

"배달 음식도 앱으로 시켜 먹는 것처럼 법률서비스도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영화표를 예매하듯 쉽고 저렴한 가격으로 전문성 있는 변호사들과 상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회계사와 변리사 등 다른 전문 자격사들의 상담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해가고 싶습니다."


신개념의 법률플랫폼서비스 '헬프미' 대표를 맡고 있는 박효연(33·사진) 변호사의 말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법무법인 율촌에서 나와 동료 변호사들과 의기투합, 헬프미를 런칭했다.

박 대표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헬프미에 대해 "영화를 예약하듯 실력 있는 변호사와 상담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의료사고를 당한 의뢰인이 '심지어 옆 병동의 환자까지 변호사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더란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들이 수임료의 30%를 가져가고 세금을 빼고 나면 변호사에겐 300만~400만원 밖에 안 남는다. 그러면 사건을 열심히 해줄 리가 없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사이트 메인 화면. /사진=헬프미 홈페이지

경력 있는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사이트 내부에 여기저기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상담 여부를 선택하기 전 의뢰인들이 상담 하고 싶은 변호사의 여러 가지 정보를 자세하게 공개해 뒀다.

변호사들이 본인을 설명하는 영상, 해당 변호사가 소송을 수행한 결과인 판결문과 칼럼도 읽을 수 있는 변호사 소개 페이지가 눈길을 끌었다. 보통 로펌 홈페이지에서 사진과 이름, 출신학교와 간단한 경력 등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상담 후 의뢰인이 올린 후기까지 읽을 수 있었다. 


사이트에 접속해 실제 의뢰인이 된 것처럼 상담을 예약해보기로 했다. 영화표 예매와 비교할 만 했다. 간단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쉽게 상담을 예약할 수 있었다. 상담일자와 방법, 지역을 정하면 가능한 변호사의 목록이 뜬다. 그러면 그 중 골라 시간을 정하기만 하면 됐다. 마지막으로 결제를 하면 완료였다.


변호사와 상담할 시간을 정하는 화면. /사진=헬프미 홈페이지
 

박 대표는 "기존엔 변호사들과 상담하려면 전화해서 일일이 상담비나 시간을 조율해야 했고 근무시간 이후엔 상담 약속조차 잡기 어려웠다. 그러나 헬프미 사이트는 24시간 열려 있다. 상담 약속을 잡는 데까지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며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 결과로 헬프미는 승승장구 중이다. 정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법률 시장의 여러 가지 '페인 포인트(불편함)'를 해결해준 결과다. 작년 10월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창업지원기관 '디캠프(D.CAMP)'가 주최한 '디데이(D.DAY)'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또 지난 23일엔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서 펀딩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헬프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이상을 추구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약속한 이북과 강의를 열심히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한 번 상담하고 또 하시는 분들이 많고, 기업에 사내 변호사를 두기 힘든 분들도 여러 번 상담을 받는다"며 "활동하는 변호사들 중 한 달에 2000만원을 버는 분도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헬프미를 통한 상담 중 20~30% 정도가 실제 소송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상담만 받고 실제 소송을 맡기지 않는 고객들 때문에 힘들어 하는 변호사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헬프미는 현재 사이트를 이용하는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해주고 있을 뿐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한 마디로 회사 수입은 '0'이었다. "회사를 설립할 때 만든 공동창업금을 다 쓸 때까지는 수익 구조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는 박 대표의 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단기적으로 헬프미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 중 하나는 위워크(WeWork)라는 미국기업처럼 변호사가 처음 개업할 때 저렴한 가격에 공간을 빌려주고 실전테크닉도 제공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빠르면 두세달 안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변호사들이 각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직원을 사용한 만큼 돈을 내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사무실 크기에 따라 가격도 달라지게 해 선택의 다양성을 높일 생각이다. 헬프미는 사무실 임대 등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개업을 원하는 변호사는 싼 임대료, 직원 이용, 강의와 기본적인 문서 양식 제공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단 얘기다.

또 다른 하나는 법률 시장의 불합리한 면을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법무법인 헬프미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좋은 법률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물리적으로 모여 있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는 박대표는 "법무법인을 만들면 더 효율적일 것"이라며 웃었다.


장기적으로는 회계사, 변리사 등 다른 전문 자격사들의 상담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할 생각이다. 다만 변호사가 상담료를 따로 받는 것처럼 상담을 유료로 받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분야가 많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렇게 성공가도를 달려온 것만 같은 박 대표에게도 잘 나가던 로펌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겠다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한번 해보고 싶었다. 다음 해 예정됐던 외국 유학을 포기했다. 이때가 아니면 더 힘들 것 같았고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결정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직접 만든 홈페이지로 기획과 개발을 혼자서 해 헬프미를 시작했단 박 대표. IT 기술을 잘 몰라 힘들었다며 약 두 달간 사용한 초기 사이트를 직접 보여줬다. 조금 투박하고 기능이 부족했지만 지금의 헬프미 사이트와 기본적인 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변호사에서 스타트업 창업해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기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로펌에 있을 때보다 지금 업무시간이 훨씬 길다. 로펌에선 사건을 처리할 때만 일을 하지만, 지금은 깨어 있는 시간은 다 일을 한다. 쉴 때는 SNS를 통해 업계동향을 확인하고 책을 읽을 때도 사업 관련 마케팅 스킬과 관련된 책을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로펌을 다닐 때와 지금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삶이다. 로펌도 딱히 싫진 않았지만 지금은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Who is]
박효연 헬프미 대표이사(변호사)는 2001년 가락고등학교를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 제4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제39기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2010년부터 2015년 6월까지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지금은 법률플랫폼서비스 '헬프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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