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스스로 목숨 끊어도 산재 인정

◇ 사건 개요

경주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총무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입사 15년이 되던 지난 2010년 8월 리조트 객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새로 부임한 부총지배인과 마찰이 심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자살 전날 고객으로부터 심한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평소 고객과 직접 마주칠 일 없는 관리업무만 담당했던 A씨는 부총지배인이 새로 온 뒤 고객 대응업무에도 종종 직접 나서야 했다.

A씨 아내 이모씨는 "달라진 업무 때문에 남편이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잠꼬대로 상사 욕을 하는 일도 있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이를 거절했고 부인은 소송을 냈다.

◇ 관련 판결

1, 2심은 "고객과의 언쟁은 숙박업과 같은 서비스 업종에서는 통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우울증의 원인이 된 업무상 스트레스로 거론하기는 부적합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특별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A씨 아내 이씨가 근로복지 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결정처분 취소소송(2014두5262)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판결이유]

재판부는 "A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은 전력이 전혀 없고 업무 외 다른 요인으로 이 같은 증상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갑작스런 담당 사무 변경으로 자존심 손상과 업무에 있어 상사와의 마찰,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건에 직면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 Advice

담당사무 변경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초래했으며 그 결과 사망에까지 이르렀다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판결이다.

담당사무 변경은 회사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보는 기존 입장과 비교했을 때 대법원의 판단은 근로자의 입장을 좀 더 두텁게 보호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회사로서는 직원의 담당사무 변경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이유를 마련해야 할 것이며, 담당사무 변경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도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