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15년 5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발레오만도 사건의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법원은 10일 자동차부품업체 '상신브레이크' 노조에 대해 금속노조 탈퇴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지난 2월 대법원이 발레오만도 사건에서 산업별 노조(산별노조)의 하부 조직이 산별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조직변경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한 판례에 따라 이미 예측됐던 결과다.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의 기업별 노동조합인 발레오만도노동조합은 조직형태를 변경하고 2001년 2월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에 편입됐다. 그 후 사측에서 일부 공장의 경비 업무를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쟁의행위가 시작됐다.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산별노조의 하부 조직인 발레오전장지회는 2010년 5월과 2010년 6월 총회를 개최해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재변경하는 내용의 총회 결의를 해 소송으로 번졌다.

독립성 인정되는 산별노조 하부 조직이라면 기업별 노조로 전환 가능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 2월 “기업별 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 4명이 발레오전장노조를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012다96120 판결)

관련 법률에 따르면 노조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 그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 이 규정은 노조가 해산·신설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조직변경을 가능하게 해서 노조의 재산상 권리의무와 단체협약의 효력이 그대로 승계될 수 있도록 돕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이 규정은 노조의 단순한 내부적인 조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산별노조의 부 조직인 발레오전장지회에도 이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은 별개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산별노조의 내부관리를 위한 기구 또는 구성요소가 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면서도 "산별노조의 지회라도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거나 독자적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갖춘 경우 근로자단체의 지위 또는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지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산별노조의 지회가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적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면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아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단 얘기다.

이에 더해 대법원은 "노조가 어떠한 조직 형태를 갖출 것인지 이를 유지·변경할 것인지의 선택은 근로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맡겨져 있다"고 했다. 그래야 결사의 자유 및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및 노동조합법의 정신에 부합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대의견 불구 산별노조 탈퇴 길 열어줘 결속력 약화 불가피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하부 조직인 발레오만도지회가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별노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발레오만도지회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산별노조 지회나 지부가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때 요구한 조건들은 많은 산별노조 지회나 지부가 이미 충족하고 있다. 산별 노조의 하부 조직들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산별노조의 결속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한편 대법관 5인은 "산업별 노동조합에서 조직형태의 변경을 결의할 수 있는 주체는 단위노동조합인 산업별 노동조합일 뿐"이라며 "하부 조직에 불과한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 등이 산업별 노동조합의 통제를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조직형태의 변경을 결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 판결팁= 산별노조란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산업별 노동조합'을 의미한다. 각 기업별 노조가 아니라 산별 노조가 돼 협상을 진행하면 노조의 힘을 키울 수 있고 더 강력한 공동 행동이나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
산별노조의 지회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기업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구성돼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적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

◇ 관련 조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6조(총회의 의결사항)

① 다음 각호의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8.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

②총회는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다만, 규약의 제정·변경, 임원의 해임, 합병·분할·해산 및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