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동차 등록대수가 2000만대를 넘은 시대. 마이카 시대가 왔다는 구호는 이미 수십 년 전 이야기이고, 차량을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가구도 매우 많습니다.

이렇게 자동차가 많아지는 만큼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하는데요. 과속, 신호위반,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의 법규 위반행위로 인한 교통사고도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지만, 교통사고 중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유형은 역시 소위 말하는 '뺑소니' 사고 입니다. 사실 뺑소니는 법률용어가 아닙니다. 정식 명칭은 '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 위반(도주차량)'이며, 적용법조는 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 제5조의 3입니다.

뺑소니를 저지른 사람은 기본적으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만약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피해자를 유기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피해자가 상해만 입은 경우)이나 사형, 무기징역, 5년 이상의 징역(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중의 하나의 형벌에 처해집니다.

사람을 고의로 죽인 때에 성립되는 살인죄(형법 제250조 제1항)도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는 점에서,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이후에 도망을 친 뺑소니의 처벌강도는 매우 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항상 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운전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피해가 일어났을 때 그 뒤처리를 제대로 하라는 경고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도중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하면 뺑소니가 되지 않을까요? 무조건 경찰에 신고만 하면 될까요?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면 그냥 가도 될까요? 아니면 보험회사에만 전화하면 될까요?

여기에 대한 해답은 뺑소니를 규율하는 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 제5조의 3을 잘 뜯어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이 조항에서는 총 4가지의 조건이 충족될 때 뺑소니가 성립한다고 규정합니다.

첫째.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의 교통으로 인해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차량을 운전하는 경우일 것.

즉 일반적인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어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그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내고 도망가는 경우 형법상 업무상과실 치사상죄로 처벌받을 수는 있어도 뺑소니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기모터를 장치한 자전거는 사실상 오토바이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이 조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둘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할 것.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死傷)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즉 교통사고가 나면 다친 사람이 있나 살피고 부상자가 있는 경우 119를 부르든지 병원으로 직접 후송하든지 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도주에 해당할 것.

대법원은 뺑소니에 해당하려면 사고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고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를 하여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이때 '도주'는 △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했는데도 △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 사고현장을 이탈해 △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474판결)로 규정합니다.

일단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식하였으면 피해자 구호조치를 확실히 취하고 명함, 신분증 또는 전화번호 교환 등을 통하여 자신의 신원을 확실하게 알려야 합니다. 이중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피해자를 위하여 구급차를 부르거나 병원으로 후송한 뒤, 경찰에게 자진 신고하여 후속조치를 받는 것입니다. 너무나 급한 용무가 있는 나머지 자리를 떠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단 피해자를 위한 구호조치를 취한 뒤 자신의 명함이나 신분증 사진 등을 교부하여 연락처를 남겨야 할 것입니다.

넷째. 피해자에게 상해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을 것.

피해자가 전혀 다친 사실이 없다면 뺑소니죄를 성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접촉사고가 나서 목이나 허리가 뻐근하다는 이유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2주의 염좌진단이 나오는 이상, 피해자가 아프다고 말하기만 하면 상해는 발생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경미한 접촉사고라도 피해자가 일단 상해를 입었다는 전제 하에 사건을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자신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하고, 이러한 말이 휴대전화 문자메세지나 통화녹음을 통하여 증거로 남는 경우, 피해자가 진단서만 끊고 병원진료를 전혀 받지 아니한 경우 등은 상해로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났을 때 겁이 난 나머지 피해자를 도로 한 쪽 구석이나 나무 사이 등으로 숨기고 도망간다면 매우 큰 처벌을 받고, 기본적으로 구속수사가 진행되므로 이런 행동은 절대 하여서는 안 됩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속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휴대전화나 DMB를 보다가 신호를 놓치고 전방주시를 소홀하게 하는 등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단지 범칙금을 내는 정도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이러한 행동이 교통사고로 이어져서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해야 할 사항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항상 방어운전을 하여 사고 발생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만약 불가피하게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면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고 자신의 신원을 알려 뺑소니로 몰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정의 대표인 강동원 변호사(연수원 41기)는 부동산 및 기업법 분야의 소송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 분야는 재개발, 재건축 사건을, 기업법 분야는 자문과 송무를 통한 기업 리스크 관리 분야를 주로 다루며, 현재 머니투데이 더 엘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