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칼럼

"동성커플에 입양…우리는 가족 맞나요?"

[the L]12년차 상속·신탁 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가족'들의 이야기


해영(가명)과 연희(가명)는 서로 사랑했다. 생물학적으로 같은 여성이었지만. 해영은 1965년부터 2010년12월 사망할 때까지 연희와 함께 살았다. 아이를 갖고 싶었다. 해영은 1969년 원고(가명)를, 1년 뒤인 1970년에는 피고(가명)를 데려다 친생자, 즉 '내가 낳은 아이'로 출생신고를 하고 자식으로 키웠다.

이후 1988년, 연희가 피고를 양자로 입양했다. 입양신고를 한 이후에도 이들은 함께 살았다. 피고가 결혼을 할 때 해영이 결혼자금을 보태줬고, 해영이 아플 때면 피고가 간병을 했다. 해영이 사망할 때까지 이들 넷은 가족으로 살았다.

그러다 해영이 세상을 떠났다. 원고는 "피고는 해영의 친생자가 아니다. 둘 사이 양친자관계가 성립하더라도 그 관계는 연희가 피고를 입양하면서 종료됐다"며 피고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누구의 자녀일까.

대법원 "해영의 자녀 맞다"

대법원은 "양자로 입양신고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양친자관계가 파양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는 해영의 양자가 맞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4.7.24.선고2012므806 판결)

민법 개정(2013년7월1일)으로 '입양허가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성인이라면 성별, 혼인여부 등과 상관없이 당사자들의 합의와 부모의 동의 등만 있으면 입양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민법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입양신고를 마쳤다면,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입양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입양의 의사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영은 입양의 의미로 피고를 친생자로 출생신고 했다. 해영과 피고는 함께 생활했고, 피고는 만 15세 이후 이를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해영이 한 출생신고를 묵시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해영의 출생신고는 입양신고의 효력을 갖는다. 즉, 해영과 피고 사이에는 양친자관계가 성립한 것이다. 그 후 피고는 연희의 양자로 입양됐지만, 해영과 함께 살며 가족 관계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피고가 연희의 양자로 입양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영과 양친자관계가 파양됐다고 보기 어렵다. 양친자관계가 종료됐다고 할 증거도 없다"며 "해영과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묻는 이 사건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만 "원심에서 해영과 연희가 사실상 부부관계였다거나, 피고를 입양한 것이 사실상 배우자의 양자를 입양한 것과 같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민법은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지 않고(대법원 2011.9.2.자2009스117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법률상 부부가 아닌 사람들이 공동으로 양부모가 되는 것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대법원 1995.1.24.선고93므1242 판결 참조).

"친생자 출생신고…입양신고 기능 갖는다"


해영이 사망하자 원고가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피고에게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재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법은 동성혼 관계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연희는 해영의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상속인은 원고와 피고인데, 피고만 없으면 원고는 해영의 유일한 상속인으로 모든 재산을 차지할 수 있다.

피고가 해영의 친자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해영과 피고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성립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당사자가 양친자관계를 맺기위해 출생신고를 하고,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구비됐다면, 형식에 약간의 잘못이 있더라도 잉얍의 효력이 발생한다. 양친자관계는 '파양으로 관계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 법률적으로 친생자관계와 똑같다. 이때 친생자 출생신고는 입양신고의 기능을 한다.

이때 파양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호적기재 자체를 없애 양친자관계가 아니라고 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는 허용하지 않는다(대법원 1988.2.23.선고85므86 판결, 대법원 2001.5.24.선고 2000므149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서로 동의 했다면…피고는 해영의 자녀이고, 연희의 자녀이다"

이 사건에서 해영이 피고와 양친자관계를 맺을 의사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피고는 만 15세 이후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영과 피고는 가족관계를 지속했다. 해영과 피고 사이에는 양친자관계가 성립했고, 해영의 출생신고는 입양신고의 효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연희가 피고를 입양한 것을 '피고가 해영에게 파양됐다고 볼 수 있는가'다. 법원은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관계를 생각해봐도 '연희가 피고를 입양하면서, 해영이 피고를 파양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연희의 새로운 입양이 효력을 갖는가만 문제가 된다. 만약 연희와 피고가 입양을 합의하지 않았다면 입양은 무효가 된다(제883조). 개정 전 민법에 따르면, 입양 당시 피고의 양부모인 해영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연희의 입양은 취소할 수 있다(제870조, 제871조, 제884조).

그런데 만약 해영이 입양에 동의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연희의 입양은 유효하다. 결국 피고는 해영의 양자이기도 하고, 연희의 양자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입양한 사람을, 파양도 안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다시 입양하는 것은 어색하고 부적절하다.

"개정된 민법…입양은 가정법원 허가 받아야"

원심이 '해영과 연희가 사실상 부부관계에 있었다'거나 '연희가 피고를 입양한 것은 사실상 배우자의 양자를 입양한 것과 같아 해영과 피고 사이 양친자관계를 해소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이런 곤란함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13년7월 시행된 개정 민법은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제867조).

가정법원이 연희의 입양을 허가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또 앞으로 허위의 친생자출생신고를 입양신고로 효력을 인정해줄지도 의문이다. 가정법원의 허가는 입양의 실질적 요건으로,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입양은 무효가 된다(제883조 제2호).

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는 43회 사법시험(연수원 33기)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고려대에서 친족상속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상속법과 신탁법에 관한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주로 가사·상속·신탁·가업승계 등을 전문분야로 가족간 가족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