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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5세의 여성입니다. 저의 바보 같았던 행동을 후회하면서 질문을 드립니다. 1년 전 저는 6개월 정도 사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저와 남자친구는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으려고 했는데, 저희 부모님께서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강하게 반대하셨습니다. 저와 남자친구는 저희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꼭 결혼하자고 굳게 다짐하고 먼저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가도 저희 부모님의 반대의사가 꺾이지 않아 저희는 점차 지쳐갔습니다. 작은 일에도 자주 다투게 되었고 혼인신고를 할 때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상대방의 결점들이 눈에띄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와 남자친구는 우리가 결혼해서 살기에는 잘 안 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얼마 전에 헤어지기로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경솔하게 해버린 혼인신고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남자친구는 자기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것이라고 해줄테니 저한테 혼인무효 판결을 받아서 혼인신고기록을 지우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혼인신고가 무효가 될 수 있을까요? 혼인신고만 했지 결혼식도 안 올렸고 같이 살아본 적도 없는데 졸지에 이혼녀가 될까봐 걱정이네요. 왜 그리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자신이 정말 밉고 암담한 미래가 두렵습니다.
A. 그렇게 철없는 행동을 하시다니. 혼인신고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모르셨군요. 가끔 비슷한 고민을 상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안타깝지만 선생님의 경우에 혼인신고를 무효로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같이 동거한 적이 없이 혼인신고만 한 경우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결혼이 파탄된 경우 누구나 한번쯤 혼인신고를 무효로 돌릴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답니다. 미래를 생각하면 이혼보다는 혼인무효가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얼핏 생각하면 혼인무효소송을 걸어서 한 쪽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을 맞추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랍니다. 법원이 혼인무효를 그리 만만하게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왕 한 혼인신고의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혼인무효소송이나 혼인취소소송의 경우에는 법원이 매우 엄격하게 요건충족 여부를 따진답니다. 우리나라는 혼인신고를 하면 혼인이 성립하는 '법률혼주의'라서 일단 혼인신고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이루어진 경우에는 유효한 혼인합의가 있었다고 추정을 받습니다. 이 추정을 깨야 혼인무효판결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 법원의 태도는 혼인무효를 주장하는 사람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에 의해서 이 추정을 뒤집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재판진행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피고가 모두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통상적으로 나한테는 혼인의사가 없는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사문서 위조죄 혹은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공무원에게 허위신고를 해서 부동산등기부, 가족관계등록부 등 권리의무를 증명하는 공정증서에 부실한 사실을 기재하게 한 죄)로 형사고발을 해서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의 강력한 증거가 있어야 혼인무효가 인정됩니다.
선생님 질문내용을 보면 실제로는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에 대한 형사고소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형사고소하면 수사과정에서 혼인신고를 누가 어떻게 했는지, 혼인신고서 기재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다 조사를 할텐데 대충 꾸며대는 정도로는 이 조사과정을 무사히 통과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매우 유감스럽지만 혼인신고를 무효로 돌릴 수는 없으니 이혼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지금 당장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겠지만, 기왕 벌어진 일, 빨리 수용하고 생각을 털어버리는 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럴 때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면서 그 날 하루를 살아내는데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지금 하는 걱정은 모두 잊혀질 거예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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