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는 난민 소송과 상관 없어…법대로 결정할 뿐"

'불쌍한' 난민이 '잠재적 범죄자'가 된 것은 연이어 일어난 테러의 영향이 크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은 '왜 테러리스트를 받아들여야 하는가'로 이어진다.

벨기에에서는 지난 3월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연쇄 테러를 벌여 32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다쳤다. 테러 이후 벨기에의 난민 정책은 어떻게 변했을까. 판사들이 난민신청을 받아들일 때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바뀐 것은 없어요. 물론 정부 정책상 보안 조치가 강화되기는 했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존중해야 할 법이 있어요. 판사는 법에 따른 결정을 내립니다. 물론 모든 판사가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거나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판결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판사는 의견을 내는 사람이 아니에요. 판사는 법을 적용하고 법에 따라 결정을 하는 사람이에요. 벨기에에서 일어난 일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휴머니즘을 잃는다는 것은 아니에요. 어디 나라에나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어요."

"난민과 사회통합…교육·어울림이 답"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이주민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도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걸림돌이 된다. 이질적이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까. 혹시나 사회 갈등 요소가 되지나 않을까. 우리보다 난민을 더 일찍, 더 많이 받아들인 벨기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카텔리네 드클레르크 판사는 '교육'과 '익숙함'을 말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함께 생활하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쉽게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벨기에는 작은 나라에요. 그래서 외부인에게 더 보수적인 면도 있죠. 외국인이 거의 살지 않는 마을에 난민이 살기 시작하면서, 한 방송사에서 주민들을 인터뷰 한 적이 있어요. 사람들은 이들이 무섭다고 했죠.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어요. 하지만 3개월 후 사람들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물론 여전히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보다보니 더이상 무섭지 않다'고 답했어요. 난민들이 우리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교육을 받으면서, 또 원주민들은 이들과 익숙해지면서 많은 부분들이 결국에는 해결이 됐어요.

물론 3개월은 사회통합을 이뤘다고 말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두려움을 버리고 난민을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거에요. 그리고 통합이 시작되는 거죠. 문화, 언어, 직업에 대해 배우고,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는데는 시간이 걸려요. 난민들은 더 힘들죠. 그래서 교육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요."

"왜 내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가?"

'왜 내 세금을 써가며 이들을 지원하고 교육해야 하는가'라는 비난도 있다. 난민을 비롯해 이주민을 받아들이는데 가장 큰 논쟁은 역시 경제적 지원을 두고 벌어진다.

"한국도 경제적으로 힘들 때 더 열심히 일하지 않았나요? 이들이 직업을 갖고 일을 하면 이들도 세금을 내잖아요. 이들을 세금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사람으로 만드세요. 당장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불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들을 교육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겁니다."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3%대 남짓이다. 정부는 난민인정률이 낮은 이유로 대부분 난민신청자가 '가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주노동자가 체류 연장을 위해 난민신청을 하거나 자신이 난민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3%는 정말 낮은 수준이기는 하네요. 하지만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판단을 내리기는 조심스럽군요. 물론 경제적 상황때문에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심사 절차를 밟죠. 벨기에는 신청자의 국가에 따라 달라요. 어떤 나라는 인정률이 0%이기도 하고, 50% 수준으로 높은 곳도 있어요. 만약 국가적 문제가 없는데 난민 신청을 한다면 물론 받아들이지 않아요. 유엔(UN)에서 '안전한 나라' 목록을 만들 이유이기도 해요."

그는 어떤 국가는 인정률이 높다가 급격히 낮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해진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황을 살피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면서 정책과 원칙을 수정해나가기 때문이다.

"심사를 하면서 몰랐던 원인들이 발견이 되기도 하고, 중요한 요소가 간과됐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해요. 어떤 국가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찾았다면 다음 번에는 반영을 하는거죠."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 구금 중인 난민들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절차'에 따라 해결할 것을 조언했다. 법이 명시하고 있는 이들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이 국제협약이 정해놓은 해법이라는 설명이다.

"대부분 시리아인들은 분명 테러리스트들이 아니에요, 물론 정부에서 난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를 취합해야 겠죠. 그냥 지금처럼 그대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카텔리네 드클레르크 국제난민법판사협회 회장

"난민문제 더 커질 것…판사들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국이 유럽의 국가들과 비교해 난민인정률이 낮은 이유로 역사적인 배경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럽 등 선진국들은 과거 식민 지배 경험 때문에 역사적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반성의 의미로 완화된 난민 정책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물론 벨기에의 경우 과거 콩고를 식민지로 뒀고 그에따른 빚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스리랑카나 미얀마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이는 전혀 적용이 되지 않죠.

그리고 식민지는 이미 60여년 전 이야기에요. 요즘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아요. 언어나 문화적인 문제로 난민들이 예전에 자신들을 지배했던 나라를 찾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죠. 하지만 콩고인을 보면 벨기에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를 찾아가고 있어요. 우리가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옛날 식민지 문제가 아니라 전쟁 문제 때문이에요. 전쟁을 겪었던 이들이 난민들에게 더 공감을 느끼는 면이 있죠."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난민 소송 사건을 맡을 판사들에게 '경험의 공유'를 말했다. 다른 사건과 달리 '역동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난민문제는 국제 상황과 개별 국가 상황에 따라 변하고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