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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회생파산 현수막 광고 이미지/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
도로 변 현수막 광고 중에 '개인회생·파산 변호사 무료상담' 등의 문구를 볼 수 있다. 이런 광고는 지자체 공식 게시대에 걸려 있더라 하더라도 사실상 불법이다.
현수막을 자세히 보면 연락처만 있고 변호사 이름이나 법무법인 상호는 나오지 않는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게 변호사·법무법인의 현수막 광고는 변호사 광고규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길거리 '회생·파산 변호사상담' 현수막…불법 광고
이런 현수막 광고는 모두 회생·파산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불법 브로커들에 의해 걸려 있는 것이다. 브로커들은 현수막 뿐 아니라 버스·지하철내 전단지 배포를 통해 의뢰인을 대량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일부 변호사가 이들에게 사실상 명의를 대여하는 방법으로 수임료 나눠먹기에 동참한다.
개인회생·파산은 과거 법무사들의 주요 업무범위였지만 현재는 불법 사무장이나 브로커들이 '변호사'나 '법무법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뢰도를 이용해 장사에 나선 상황이다. 결국 변호사 광고규제의 틈을 비집고 브로커들이 활개치는 것이다. 현재 개인회생·파산시장의 약 90%를 불법 브로커가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 권고 후 7년 걸린 광고규제 완화
지난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호사 업무광고에 대한 규제 개선을 제안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법률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과 사업자간 서비스 및 가격경쟁을 제한하므로 개선해야 한다며 변호사법 제23조 2항의 삭제를 권고한 것이다.
해당 조항은 "대한변호사협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광고에 관하여 광고매체의 종류, 광고회수, 광고료의 총액, 광고내용 등을 제한할 수 있다"로 돼 있었다. 변협이 변호사 광고에 대해 전권을 갖고 사실상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이다.
공정위가 이 광고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제도개선안을 당시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하자 변협은 '자율권'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결국 이 조항이 폐지되는 데에는 7년이 더 걸렸다. 2007년에서야 개정돼 현재는 "변호사등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바뀌었고 금지 광고의 예시가 나열돼 있다.
이처럼 변호사 광고 관련 규정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이었다가 2007년에서야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로 변경됐을 만큼 보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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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구 법조타운 전경/사진=뉴스1 |
◇신규 변호사 급증하며 완화 목소리 높아져
변협은 16년 전 공정위의 개선권고 당시 "소비자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이라는 측면과 함께
과대 및 허위광고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업무광고에 대한 합리적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도 큰 틀에서의 입장은 다르지 않다.
16년 전에도 변협은 광고 허용이 득보다 실이 많다며 반대했지만 결국 변호사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다시 개정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개업 변호사가 50% 넘게 증가했다. 지난 2월말 기준 개업 변호사는 1만7268명으로 로스쿨 변호사 배출 직전인 2012년 3월의 1만1491명에 비해 50.3% 늘었다. 로스쿨 배출 변호사가 매년 1500여명 이상에 달하고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아 광고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특히 새로 시장에 진입한 변호사들이 광고에 적극적이다.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기 때문에 광고와 홍보에 크게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광고기법도 더 다양하게 가능해지길 원하기 마련이다. 변호사의 공공성을 인정한다 해도 현재 규제의 내용과 범위가 다른 직역에 비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변호사의 표현의 자유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광고규정 위반에 걸리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변협은 최근 변호사들의 불법 광고에 대해 실태 점검에 나섰다. 변호사업무광고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게 되는 변호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광고는 변협 변호사업무광고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제4조(광고 내용에 대한 제한), 제5조(광고방법 등에 대한 제한), 제7조(주로 취급하는 업무광고), 제8조(법률상담) 등이 그것이다. 규정에 따르면 승소율, 석방율 등 업무수행결과를 표시하거나 본인이나 본인 업무에 대해 '최고'나 '유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금지된 광고방법으로는 현수막 설치, 광고전단, 지하철·버스 등 운송수단이나 도로상의 시설에 광고물을 비치·부착·게시하는 것 등이다. 불특정다수에게 팩스,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광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변협도 광고규정개정TF 만들어 논의 中…얼마나 풀지가 관건
변협도 다양해진 광고수요를 반영하고자 '변호사업무광고규정개정TF'를 만들어 개정 논의 중이다.
TF에 참여하고 있는 신현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대법원이 변호사는 영리활동제한,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으로 상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처럼 상업적 광고를 허용할 수 없지만 2만명이 넘어선 지금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광고는 원칙적으로 풀어주어야 할 때가 됐다"며 "현재 광고규정개정안 초안은 나왔지만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호사들이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광고로 알릴기회를 넓혀야 한다"며 "다양한 방법의 광고를 허용함으로써 변호사에 대한 정보접근권을 확대하는 게 법률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을 주고, 변호사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며 법조브로커의 횡포를 막아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성 변호사들 중에서는 광고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광고시장이 더 확대되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오히려 경력이 많은 기득권 변호사들이 유리해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변호사들은 더 다양한 광고기법이 허용되고 이름을 알릴 기회가 늘어나길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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