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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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좌진과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족채용 논란이 불거진 후 20여명의 보좌진이 면직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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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이 6월3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에서 '친인척 채용'에 대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1. 19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어느 여성 의원은 나이 많은 전(前)보좌관 이름을 차용한 아들을 보좌관으로 삼아 의원실에 근무시켰다. 이 방에는 아들만 있었던 게 아니다. 아들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이가 나머지 1명의 4급 보좌관이었다. 의원실이 아니라 '패밀리 비즈니스'라 할 만 하다. 아들은 물론이고 20대의 어린 여자친구도 국회 보좌진 경력은 없었지만 단번에 4급 보좌관이 됐다.
#2. 20대 초선인 어느 의원은 국회 경력이 10여년인 6촌 동생의 도움을 받아 선거캠프를 꾸렸다. 동생은 17대부터 국회밥을 먹은 베테랑 보좌진이다. 김영록·김광진·서기호·유시민 의원 등을 보좌했다. 19대 김광진실에서 국방위 정책담당 비서관으로 '북한군 노크 귀순'을 밝혀내는 활약도 했다. 캠프에선 전략과 정책공약·캐치프레이즈 등 선거에 필요한 대부분의 중요한 실무를 책임졌다. 당내 경선과정과 본선에서 어려웠던 선거를 역전승으로 뒤집는 결정적 승기를 잡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위 실제사례 중 어느 쪽이 불공정한 채용인지는 쉽게 판단가능하다. 1번 사례는 누가봐도 문제가 심각하다. 해당 의원이 중징계를 받고 아들과 그 여자친구를 내보내야 이치에 맞다. 2번 사례는 '친인척 보좌진을 쓰면 안 된다'는 명백한 규정이 없는 한 문제 삼기엔 무리가 있다. 6촌 동생이 특혜로 채용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선된 6촌 형이 유능한 보좌진 동생의 도움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친인척' 잡아내기는 '헛소동'…핵심은 '특혜채용'
그런데 현실에선 반대나 마찬가지다. 1번 사례 의원은 무사히 19대 임기를 마치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4급 보좌관 아들과 여자친구도 함께 움직였다. 반면 초선이 6촌 동생 덕에 국회에 입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2번 사례의 안호근 비서관은 의원회관을 떠나야 했다.
안 비서관처럼 여론에 휩쓸린 억울한 희생양이 없어야 논란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살펴 볼 수 있다. 사례에서 보듯 '친인척'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의원이 보좌진 '임면권'을 악용했느냐가 문제다. '남'이었으면 채용하지 않았을 능력 부족의 가족·친지 혹은 그 누군가를 '특혜'채용했는지를 문제삼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소동을 벌이는 짓은 온통 '가족·친인척' 잡아내기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고 핵심에서 완전히 벗어난 '헛소동'에 불과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보좌진 채용으로 사익을 추구한 의원, 직급으로 장난치고 보좌진에게 후원금을 강요한 의원, 직원을 더 쓸 욕심에 편법으로 보수를 재분배하는 의원 등을 잡아내야 한다. '친인척 보좌진'은 보좌진 채용 병폐에서 아주 작은 이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서영교 의원의 딸 인턴, 동생 비서관 논란 후폭풍으로 친인척 잡아내기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처럼 인식되고 말았다.
◇'후원금 강요·편법 채용' 낳는 의원의 보좌진 '임면권'
친인척 보좌진을 두진 않았지만, 후원금 강요와 편법 채용 등이 걸릴까 싶어 가슴 졸였던 의원들은 사태 추이에 오히려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친인척' 여부에만 언론과 국민 시선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원 실천규범 등을 개정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친인척채용 관련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각 당은 내부단속에 들어갔다. 친인척 보좌진을 채용했던 의원실은 보좌진을 내보내고 있다. 서영교 논란으로 촉발된 이러한 일련의 절차로 친인척 보좌진 20~30명을 의원회관서 내보내면 의원실 채용관련 악습이 사라질까.
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채용 병폐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건 의원의 보좌진 '임면'권한 때문이다. 의원이 마음대로 뽑고 자르더라도 의원실내에서 보좌진들 입으로 "잘못됐다"고 직언하기 어려운 구조다. 간혹 의원과 사이가 틀어진 보좌진에 의해 채용비리·후원금강요가 폭로되긴 하지만 그때 뿐이다. 19대에서 문제가 됐던 여야 의원들 상당수가 4월 총선서 살아남았다.
◇'특혜성 채용·부당한 처우' 등 악습관행에 눈 감았던 새보협·민보협
이번 논란을 '친인척' 솎아내기로 끝내선 안 된다. 보좌진 임면권한을 악용하는 의원들을 적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런 의원들의 잘못을 공론화하고 문제삼아 악습을 털고 갈 때다. 그래야 비로소 제대로 일하고 가치를 인정받을만한 보좌진들의 일자리도 보장될 것이다.
보좌진들의 권익을 위해 조직돼 수십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새보협·민보협'이라는 여야 보좌진 협의회도 그간의 침묵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특혜성 채용비리와 의원 갑질에 의한 보좌진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개선을 요구하기보단 관행으로 치부해왔다.
여야로 나눠 보좌진협의회를 운영하다 보니 부당한 채용행태를 목격해도 같은 당 의원실이면 당에 피해가 가고 동료가 다칠까봐 눈감았다. 반대편 당이면 '남의 일'이라며 애써 모른 척 했다. 역공을 당할까봐 모른 척 넘기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국회내 자정작용이 없었다. 수십년간 악습은 철폐되지 않고 관행처럼 여겨졌다.
◇친인척 막는 '미봉책' 말고 가짜 보좌진 쫓아 낼 '진짜 대책' 필요
보좌진협의회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면 '직무유기'라 할 만하다. 새보협·민보협으로 나눠 정파적 이익에 집착해왔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 보좌진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권익'을 지키려면 차라리 '통합' 보좌진협의회를 결성해 스스로 나설 때다.
이제라도 각 보좌진은 그간의 침묵에 반성해야 한다. 부당한 특혜 채용을 모른척 하면 보좌진 권익은 그만큼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의원들의 잘못된 관행이 고쳐지도록 보좌진들도 목소리를 낼 때다.
의장도 관련 규정 개정을 약속했고, 여야도 기준 마련에 나서겠지만 결국 '친인척'에 한정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그게 문제의 핵심이 아니란 건 보좌진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가짜 보좌진을 쫓아내고 후원금을 강요하는 못된 의원을 퇴출시키는 건 이제 보좌진들 몫이고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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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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