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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재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23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법조브로커 근절 TF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법무부 |
법무부가 법조 브로커 근절대책으로 변호사 전원의 이력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데 대해 변호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공무원에 대한 이력공개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전문직인 변호사의 이력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법조브로커 근절 TF(태스크포스) 4차 회의'에서 변호사 정보제공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학력·경력 등 기본정보 뿐 아니라 객관적 업무실적 정보, 징계나 업무정지명령, 등록취소 사실을 비롯한 각종 비위정보 등 변호사들에 대한 정보공개의 수준을 높이는 등 방안이 이번 회의에서 논의됐다.
이는 변호사와 관련한 정보불균형으로 인해 법조 브로커가 활개를 친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률시장은 소비자가 변호사에 대한 극히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돈을 치르는 비정상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정부가 잘못된 방안을 대책으로 내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법조 브로커가 활개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에 대한 전관예우가 관행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인데 이들 전관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비(非)전관 변호사들까지 끌어들여 변호사들에 부당한 의무를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변호사 중 판·검사 경력을 가진 전관 변호사 수는 3300여명으로 국내 전체 변호사(약 2만1400명)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85%에 달하는 1만8000여명은 비전관 변호사들이다. 이번 '정운호(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게이트'로 불거진 논란도 홍만표·최유정 변호사 등 전관변호사들과 이들을 매개해 준 브로커 이민희씨 등으로 인해 불거졌다. 변호사의 대다수인 비전관 변호사들과는 무관한 사안이었다는 얘기다.
A변호사는 "법조브로커나 전관예우 관련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내놓을 것이 없다보니 변호사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공무원도 개인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전문직인 변호사의 이력을 공개토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법무부나 법원, 검찰 출신 공무원들이 주로 브로커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이들 기관의 공무원 등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들의 경력부터 다 공개하고 나서 변호사에게 정보공개를 요구해야지 법조브로커 근절방안과 상관없는 비(非)전관 변호사들을 끌어들여 부담을 지우려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을 그대로 둔 채 변호사 정보공개만 추진할 경우 되레 전관변호사에 대한 쏠림현상이 강화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정운호 게이트'를 통해 법조계 전반에 걸쳐 '전관효과'가 확인된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조치는 없고 변호사 정보공개만 강행할 때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다.
B변호사는 "정부가 나서서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 사이의 인적 네트워크를 공증해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주요대학 졸업앨범이 나올 때마다 소위 '뚜쟁이'들 중심으로 중매가 활성화되는 것과 같은 양상이 법조계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사실상 법조브로커 중 다수가 검찰출신인데 이들을 단속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애꿎은 변호사들만 괴롭힌다는 지적도 있었다. 개인정보 공개를 원치 않는 변호사 개인에게 정보공개를 강제화하는 등 조치는 위헌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편 법조브로커 근절 TFT는 지난해 법무부, 대법원, 변호사단체 등이 모여 법조시장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결성됐고 이번이 4번째 회의다. 이날 회의에서 법무부 측은 위와 같은 변호사 정보공개 강화방안을 제시했다. 대한변협은 판검사 임용과 변호사 자격시험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서울변호사회는 판검사 임기 전 퇴임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평생법관제·평생검사제를 도입할 것을 각각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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