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부산지법원장은 1988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현 의정부지법) 판사로 시작해 대법원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대전고법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창원지법원장 등을 거쳤다. 대법원 사법정보화위원회위원장, 한국정보법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정보기술(IT)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신영철 전 대법관과 민영일 전 대법관 후임으로 두 차례 대법관 후보에 오른 바 있다.

"4대강 사업 추진한 정부, 위법 아니다"

강 법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2011년 '4대강 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 6000여명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취소하라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 사업이 정부의 재량권을 넘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민소송단은 "정부가 국가재정법과 하청법, 문화재보호법 등을 위반하면서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국토해양부장관 등을 상대로 하천공사시행계획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민소송단이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우려하는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수질악화가) 과학적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일부 있더라도 공익 목적을 능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군 의문사 '허원근 일병' 자살…군 수사 부실 3억 위자료"

강 법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인 '허원근 일병 사건'에서 1심을 뒤집고 '자살'로 결론지었다. 이는 1984년 군 복무 중이던 허 일병이 가슴과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당시 군은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허 일병의 부모는 이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접수했지만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받자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강 법원장은 2013년 타살로 판단했던 1심을 뒤집고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군 수사기관의 부실수사 책임을 물어 허 일병의 부모에게 3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 의학자들의 소견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고, 망인이 평소 성실하고 착해 누구에게 미움을 받지 않았기때문에 타살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드러난 사실만으로) 망인의 사인을 타살이나 사고사로 추단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구직 중인 조합원도 구직자..노조설립 적법"

구직자가 포함된 노동조합도 설립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강 법원장은 2012년 서울지역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14'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 반려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일시적 실업상태나 구직 중인 사람도 헌법과 노동과계법에 따라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청년유니온14'는 서울시에 지역노조 설립신고를 했지만 당시 서울시는 '노조원 2명 중 1명이 구직자이고 구직자의 경우 특정한 사용자에게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지 않아 근로자로 볼 수 없다' '사실상 1인 노조로 단체성을 갖추지 못해 노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법원장은 당시 판결문에서 "노동조합의 '근로자가 아닌 자'란 근로의 의사 또는 능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며 "구직 중인 조합원을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2014년 대법원 또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정권에 뺏긴 구로 땅…정부 책임져야"

2014년 강 법원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 구로동 일대 농지를 빼앗기고 옥고까지 치렀던 농민과 후손 291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는 650억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110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