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대법관. 미국에서는 'Justice'라고 부릅니다. '정의'라는 뜻이죠. 대법관의 판결은 곧 '마지막 결정'을 뜻합니다. 대법관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9월이면 한 명의 'Justice'가 물러가고, 또 한 명의 판사가 'Justice'가 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34명의 후보가 추천됐습니다. 추천을 받은 법조인 중 현직 판사는 26명.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고 하죠. 이들은 그동안 판결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 왔을까요. 판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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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조두순' 김수철에게 '무기징역' 선고
성 부장판사는 2010년 대낮에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생을 납치, 성폭행을 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김수철 사건의 항소심을 맡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성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아동들이 보호받아야 할 학교에서 어린 학생을 상대로 변태적인 방법으로 피해를 입혔다"며 무기징역,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30년 부착, 10년간 개인정보 공개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상참작을 하더라도 형을 낮출 수는 없다"며 "불우한 환경이나 사회적 시스템을 탓하기 전에 본인의 잘못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무죄 선고 비판한 판사 징계 청구
수원지법원장이던 2014년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부장판사의 징계를 청구했다. 해당 판사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성 부장판사는 "(해당 판사가)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해 법관의 품위를 손상했고 법원의 위신이 저하됐다"며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했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두 차례 징계위를 열고 정직 2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당시 징계를 받은 판사는 1심 법원이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자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해당 재판부를 비판했다. 법관 윤리강령은 법관들에게 학술 교육 목적이 아니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 표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스프레스 풀려고 노숙인 폭행·살해한 대학생 '감형'
성 부장판사는 2009년 스트레스를 푼다며 장애가 있는 노숙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권투선수 출신 대학생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은 "특별한 이유 없이 노숙인을 재미삼아 때려 숨지게 한 것은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지만 대학생은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하지만 100일 넘게 구금돼 있으면서 반성하고 있고 나이가 어리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진도간첩단' 사건…고문으로 인한 허위 자백 '무죄'
2010년 성 부장판사는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한 피고인에게 사후 25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1982년 사형이 확정, 1985년 사형이 집행된 고 김정인 씨의 재심 사건에서 "김씨가 중앙정보부에 구금된 후 한 달 넘게 자백을 강요받으며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문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하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과거 시대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시각에서 역사를 재단하는 어리석음은 경계하지만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조작된 사건을 돌아볼 때 법원이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진실 발견을 소홀히 해 무고한 생명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닌가 회한을 떨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씨는 북에서 남파된 외삼촌에게 포섭돼 북한에 잠입하고 남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간첩활동을 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당했다. 일명 '진도간첩단' 사건이다. 김씨의 아내는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요청, 위원회는 '정부의 불법 감금과 강압적 수사로 인한 인권유린사건'으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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