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과 판결

[대법관 후보]지대운 대전고법원장…방과후교사는 근로자 아니다

[the L]

편집자주대법관. 미국에서는 'Justice'라고 부릅니다. '정의'라는 뜻이죠. 대법관의 판결은 곧 '마지막 결정'을 뜻합니다. 대법관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9월이면 한 명의 'Justice'가 물러가고, 또 한 명의 판사가 'Justice'가 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34명의 후보가 추천됐습니다. 추천을 받은 법조인 중 현직 판사는 26명.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고 하죠. 이들은 그동안 판결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 왔을까요. 판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지대운 대전고법원장은 1986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건설국장, 사법연수원 교수,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10년 광주지방법원 법원장과 2013년 인천지방법원 법원장을 거치고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 법원장으로 임명됐다.

방과후학교 교사는 근로자 아니다

지 법원장은 방과후학교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2014년 판단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방과후학교 파견업체에 방과후교사 임금에 대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료를 내지 않았다며 보험료를 청구했다. 그러자 방과후학교 파견업체는 "회사와 교사 사이 위촉 계약 관계가 있을 뿐 교사들이 소속 근로자는 아니다"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고용 및 산재보험료 징수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을 맡은 지 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방과후학교 교사들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의 여러 특징 중 어느 하나도 뚜렷하게 해당하지 않아 도저히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방과후학교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교사들이 회사에서 받는 기본·성과수수료의 성격이 일반 회사의 '호봉'과 다를 바 없다"며 방과후교사도 근로자라고 인정했다.

무장단체에 생명위협 불법체류자…강제퇴거 명령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피해 한국으로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나이지리아인에게 강제퇴거 판결을 내렸다. '보코하람'이라는 이름의 나이지리아 무장단체는 2014년 여학생 200여명을 집단 납치하고 무차별 폭탄테러 등을 벌인 집단이다.

나이지리아 부족의 족장이라는 A씨는 자신이 부족원에게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자 보코하람이 자신과 가족을 공격했다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입국관리소는 불법 입국자인 A씨에게 강제퇴거명령을 내렸고 A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는 나이지리아 남부 라고스에서 생활하다 2010년에야 부족지 바마로 이주했다"며 "보코하람이 주로 북부에서 활동하는 점을 고려하면 라고스에 거주하면 박해당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감사 제대로 안한 회계법인…투자자에 배상하라

허위로 재무제표를 작성한 줄 모르고 기업어음을 샀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가, 기업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계법인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적절히 수행했다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어음 등급을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이고 증권사에서도 기업어음이 중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계법인이 감사절차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투자자 또한 위험 분산 투자를 하지 않고 무모하게 한 종목에 투자한 과실 책임이 있다며 회계법인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성범죄자에 무죄 선고 "안타깝지만 법이…"

지 법원장은 부산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2005년 동거녀의 미성년자 딸을 5년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재판부는 "성폭력특별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성적 자기방어를 전혀 할 수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임을 입증해야 한다"며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고 성적 자기방어를 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가 일관되게 항거불능을 심신상실로 해석하고 있어 하급심에서 유죄를 선고해도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사건을 파기화송하는 게 현실"이라며 "판사들도 피고인이 나쁘다는 점을 알고 유죄를 선고하고 싶지만 법률을 따라야하고 대법워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난감한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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