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과 판결

[대법관 후보]이승영 제주지법원장 …'원폭'한국인 손해배상청구 '기각'

[the L]

편집자주대법관. 미국에서는 'Justice'라고 부릅니다. '정의'라는 뜻이죠. 대법관의 판결은 곧 '마지막 결정'을 뜻합니다. 대법관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9월이면 한 명의 'Justice'가 물러가고, 또 한 명의 판사가 'Justice'가 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34명의 후보가 추천됐습니다. 추천을 받은 법조인 중 현직 판사는 26명.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고 하죠. 이들은 그동안 판결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 왔을까요. 판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이승영 제주지법원장은 청주지법 판사로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행정법원과 부산고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제주지법 법원장으로 임명을 받았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미쓰비시 중공업에 손해배상 청구 '기각'

이 법원장은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일본에 끌려가 원자폭탄에 피폭된 한국인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에 끌려가 노역에 시달리다 원폭피해를 입은 한국인 6명은 2000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에 필요한 한·일청구권 협정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2003년 재판은 중단됐다가 2005년 관련 자료가 공개되면서 2006년 다시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 진행 중 피해자 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이미 일본에서 확정 판결된 사안으로 외국 판결을 승인할 수 있는 우리 민법 규정상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근거가 없다"며 "우리 법률을 적용해 판단하더라도 민법상 소멸시효 10년이 지났기때문에 청구를 기각한 원심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를 본 시점이 1944년에서 1945년 사이로 우리 민법상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났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일본 법원은 "태평양전쟁 전후 미쓰비시중공업은 법인격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도가니'피해자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기각'

이 법원장은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이 된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의무 위반과 성폭력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은 학교 행정실장 등이 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사건으로 이를 계기로 2011년 아동·장애인 성폭력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국가와 지자체의 미온적 대처로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됐고, 국가와 지자체들은 학교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가나 지자체 등의 후속 관리·감독 조치가 미흡했다고 평가될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 과실이 성폭행 범죄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외국인노동자도 직업훈련비 지급 대상

이 법원장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였던 2007년 산업재해로 장애를 입은 외국인근로자도 '직업훈련비' 지급 대상에 포함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를 받은 근로자에게 직업훈련비를 지급한다. 일을 하다 다쳐 장애 판정을 받은 외국인근로자 S씨는 공단에 직업훈련비 지급을 신청했지만 '외국인이라 대상이 안된다'고 거절당하자 공단을 상대로 직업훈련비용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규정에 외국인 근로자를 직업훈련비용 지원 사업의 선발 제외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복지공단 직업훈련사업으로 사실상 유일하게 실시하고 있는 비용지워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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