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과 판결

[대법관 후보]노태악 서울고법 부장판사…탈북자 신상노출 '정부' 책임져야

[the L]

편집자주대법관. 미국에서는 'Justice'라고 부릅니다. '정의'라는 뜻이죠. 대법관의 판결은 곧 '마지막 결정'을 뜻합니다. 대법관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9월이면 한 명의 'Justice'가 물러가고, 또 한 명의 판사가 'Justice'가 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34명의 후보가 추천됐습니다. 추천을 받은 법조인 중 현직 판사는 26명.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고 하죠. 이들은 그동안 판결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 왔을까요. 판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노태악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특허법원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한국민사소송법학회 부회장과 대법원 사법정보화연구회장을 맡았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에서 생명윤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탈북자 신상 노출한 정부 손해배상 책임 있어

노 부장판사는 탈북자들이 자신의 신상을 노출해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위험하게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국가는 이들에게 1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2006년 탈북한 이들을 정부 측 합동신문기관의 조사를 받으며 인적사실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의 귀순 사실과 인적사항은 결국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들은 '북한에 남은 부모와 형제, 친척 등 26명이 실종됐는데 북한 정권에 의해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갇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북한이탈주민의 신변보호요청은 존중돼야 하고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신원 공개는 안된다"며 "이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의 정도, 언론의 확인 요청을 받은 정부가 상세한 인적 사항을 확인해 주는 등 신원보호에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판단했다.

자산운용사, 투자자 동의 없이 거래 상대 바꿨다면 '손실책임 100%'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의 동의 없이 거래 상대를 바꿔 손실을 봤다면 손실액을 100% 물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낸 투자자 214명은 우리자산운용의 주가연계펀드(ELF)에 투자했는데, 우리자산운용이 임의로 거래 상대방을 리먼브러더스 아시아로 변경하는 바람에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투자금 전액이 사라졌다.

재판부는 자산운용사의 책임을 100% 인정했다. 다만 거래상대자를 바꾸지 않았더라도 봤을 손해는 감안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펀드는 거래 상대방과 계약에 따라 수익 구조가 사전에 결정돼 최대 3년 자금이 묶이는 유동성이 낮은 상품이라 거래 상대방 특정이 중요한 펀드"라며 "자산운용사가 거래 상대방을 임의로 변경한 것은 재량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가조작·회계부정' 혐의 김선동 전 에쓰오일 회장 감형

주가조작과 회계부정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에쓰오일 김선동 전 회장 항소심을 2007년 맡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회사 주가가 급락하자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자사주를 집중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렸고, 유가가 급락하자 재고로 남아있던 유가 가격을 산정하면서 급락한 가격이 아닌 추정 판매가액으로 회계처리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당시 에쓰오일이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실제로 주식을 매수하려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고, 일반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를 유인하거나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조작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주가조작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회계 부정에 대해서는 "회계기준을 위반했고 김 전 회장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비자금 조성 등의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범행으로 이득을 얻거나 횡령, 배임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동성애자 지속적 비방…벌금 500만원

동성애자를 지속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올린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인터넷신문 기자인 B씨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자, A씨는 1년2개월여간 자신의 SNS 등에 동성애를 비하하는 글과 함께 B씨의 기사와 사진, 실명 등을 올리고, B씨와 관련된 기사에는 악성 댓글을 달았다. B씨는 A씨를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해, 검찰은 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A씨는 이에 불복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동성애나 성적지향에 대한 비판을 넘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며 "사회적 평가를 낮추거나 의견 표명의 한계를 넘어 인격을 모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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