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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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진욱, 이민기, 박유천/사진=뉴스1 |
이들은 각 분야 정상급으로 인정받았지만 성폭행 논란으로 씻기 힘든 오명을 얻게 됐다. 향후 활동에도 지장을 받게 됨은 물론이다.
◇유행처럼 번지는 '성폭행 무고'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여성들은 다양했다. 소위 업소여성들, 클럽에서 만난 여성 그리고 지인과의 저녁자리에서 만난 여성이다. 그들은 직업도 다르고 연령도 달랐지만 '무고죄'에 해당하는 허위 성폭행 고소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이 이들을 성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하게 하고 무고를 범하게 했는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확실한 건 박유천 사건에서의 연이은 고소에서 보듯 '성폭행 무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고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흔한 범죄다. 일본에 비해 수백배의 무고사범이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5년간 2000여건 이상 매년 발생했고 2014년엔 3100여건으로 3000건도 넘어섰다. 무고혐의로 수사를 받는 인원은 연 6000명선에 이른다. 지난해 한 지방검찰청이 무고사범을 통계내보니 4분의 1 가량이 성폭행 허위 고소에 의한 무고였다.
허위로 남을 고소해 형사처벌을 받게 하려는 이가 많고 그중 상당수가 성폭행 허위 고소라는 것이다. 검찰에서도 정기적으로 사법질서 침해사범 집중단속기간에 무고사범을 대거 잡아 들이기도 한다.
'거짓말'여부를 가려야 하는 무고죄는 그 실체적 진실을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까다로운 범죄이기도 하다. 특히 성범죄에 대한 무고는 더 그렇다.
◇여성 보호하려는 '피해자중심주의' 역이용하는 꽃뱀 사건
법전문가들은 최근 사법체계가 성폭행 범죄에 대해 '피해자중심주의'에 가깝게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시 말해 성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가 구체적 진술로 피해를 주장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부인해도 별 다른 입증이 없으면 범죄가 인정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과거 남성적 사고방식에 익숙했던 법원·검찰이 여성인권 향상과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각성 등에 영향을 받아 되도록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장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성 연예인들에 대한 연이은 성폭행 무고처럼 피해자중심주의 경향을 역이용하는 이들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기에 2013년 6월부터 성폭력범죄에 대해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무고 사건도 늘었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또한 강간죄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거부하는 경우나 자진하여 성관계를 가진 것이 아닌 것으로 인정될 경우 성폭력 범죄로 인정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위 '꽃뱀'사건을 많이 다뤄 본 김광삼 변호사(법무법인 더쌤)는 "수사기관이든 법원이든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상반된 경우 일단 여성 피해자를 약자로 단정하고 진술을 신뢰하는 경향이 많아서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에게 불리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고소를 당한 사람에게 강간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속수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구속된 상태에서 남성이 무죄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며 "실제로는 합의금을 주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 드러나지 않는 꽃뱀사건이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성범죄 피해자임을 신고할 경우 '보호주의' 관점에서 수사·재판기관이 사건을 다루는 것은 옳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억울한 남성 피해자가 속출하게 해선 안 된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가 나중에 다른 이유로 강간으로 신고됐다가 뒤늦게 진실이 밝혀지는 사건이 최근 자주 목격된다는 게 성범죄 전문 변호사들의 의견이다.
이런 성폭행 무고 사건이 꼭 '돈'과 연관된 것도 아니다. 보복심리, 남편 혹은 애인을 따로 둔 여성의 성폭행 피해주장 등 다양한 이유로 무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명 연예인들만 당하는 일도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무고 피해자나 꽃뱀 피해자를 볼 수 있을 정도다.
◇'구체적 일관된' 진술에 증거없어도 '성추행' 인정되기도
기자 역시 어느 지방법원에서 성범죄로 1심에서 이미 유죄로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입증받은 두 건을 짧은 기간에 목격하기도 했다. 평범한 회사원, 대학생 남성이 가해자가 아니라 억울한 무고 피해자임이 다행히 뒤늦게 밝혀졌다.
그중 과외 대학생이 가해자로 몰린 사건을 예로 든다. 성추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중학교 여학생은 구체적이고 일관된 거짓말로 검찰·법원을 속였다. 1심 판사는 15세 여학생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됨'을 이유로 다른 증거가 없는 데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다. 어린 학생의 거짓말이 통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별 다른 대응을 안 하던 대학생은 유죄선고에 충격을 받고 2심에선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진실은 이렇다. 과외선생이던 대학생에게 보험을 권해 가입시켰던 여중생의 어머니가 보험이 해약되자 앙심을 품었다. 결국 15세 딸에게 거짓진술을 시키고 허위 고소를 한 사건이었다. 무죄임이 입증됐지만 대학생은 이미 학교에 성추행범으로 소문나 정상적인 학교 생활도 불가능해졌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의자의 이익으로'
성폭행은 중한 범죄다. 마땅히 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런 당위에만 빠지거나 여론의 압박에 굴복해선 안 된다. '선입견'으로 재판에 임해서도 안될 것이다. 'in dubio pro reo(의심스러울 때는 피의자의 이익으로)'라는 법언과 형사소송법의 무죄추정의 원칙이 유독 성폭행 사건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런 경향에 문제는 없는지 법원·검찰은 고민해 봐야한다.
아울러 연예인 성폭행 사건 보도에서 피해자·가해자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이진욱을 '가해자'로 묘사했고 고소여성을 '피해자'로 불렀다. 밝혀진대로 이진욱이 '피해자'고 고소여성은 무고죄 '가해자'였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은 이진욱 사건을 다루면서 단 한번도 그를 '가해자'로 고소 여성을 '피해자'로 적시하지 않았음에 안도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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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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