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가명)씨는 2009년 아내와 네 자녀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넷째 아들인 사남(가명)씨는 머니대부주식회사(가칭)에 3500만원의 빚이 있었다. 머니대부는 사남씨에게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12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남씨는 이를 갚을 돈이 없었다.

머니대부는 진수씨가 가족들에게 남긴 부동산에 공유물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진수씨가 사망하며 남긴, 아내와 네 자녀가 공동으로 가지고 있던 부동산 중 일부가 사남씨의 것이니 이 몫으로 빚을 갚으라는 것이다.

세 아들들은 "이 부동산은 어머니가 수십 년간 살아온 주택인데 머니대부가 사남을 대신해 일방적으로 상속등기를 마치고 공유물분할청구까지 하는 바람에 상속인들 사이 기여분이나 상속재산분할협의, 사남의 상속포기 등을 고려할 가능성이 없어졌다"며 머니대부가 한 공유물분할청구는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안된다…상속재산은 '공유물분할청구' 허용 안돼"

대법원은 상속인들간 협의가 안된 상속재산에 공유물분할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며 진수씨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공동상속인은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해 공동상속인 사이 협의가 안됐거나 협의할 수 없는 경우에 가사소송법에 따라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며 "상속재산에 속하는 개별 재산에 관해 민법 제268조의 규정에 의한 공유물분할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5.8.13.선고2015다18367 판결).

상속재산…상속재산분할절차 먼저 마쳐야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민법 제1005조). 그러나 공동상속의 경우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곧바로 각 공동상속인의 개인소유형태로 해체돼 이전될 수는 없다.

그러한 절차가 수행되기까지 상속재산은 일시적, 잠정적, 과도적으로 공동상속인 간의 공동소유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상속재산을 구성하는 개개의 재산, 권리는 각 공동상속인에게 공평하고 타당하게 분배돼 각 공동상속인의 개인소유 또는 통상의 공유로 이전돼야 한다. 이를 종합적, 포괄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법적 절차가 바로 상속재산분할제도이다.

우리 민법은 공유물분할제도를 두고 있다. 공유자는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제268조), 분할방법에 관해 협의가 성립하지 않은 때에는 법원에 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제269조). 여기서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재산분할청구만 할 수 있는지, 공유물분할청구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상속재산은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분할을 하기 전에 잠정적으로 '공유'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해 공동상속인 사이 협의가 성립되지 않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경우에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상속재산에 속하는 개별 재산에 대한 공유물분할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옳은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상속재산분할청구는 가사비송사건으로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을 조사하고 후견적 입장에서 재량을 가지고 판단한다. 반면 공유물분할청구는 일반 민사소송사건으로 법률관계에 관한 일도양단식 판단을 하게 된다. 만약 상속재산분할을 하기 전 공유물분할을 허용한다면 '후견적이고 합리적이며 공평한 재산분할'이라는 상속재산분할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공동상속인 중에 기여분이 있는 경우에는 상속재산분할절차를 통해서만 기여분청구를 할 수 있다. 공유물분할절차에서는 기여분청구를 할 수 없어 기여자 입장에서 매우 불공평한 분할을 받게 된다. 또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에게 생전증여를 받는 등 특별수익이 있는 경우, 공유물분할절차에서는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기때문에 특별수익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게 된다.

따라서 상속재산분할이 있기 전 공유물분할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공유물분할제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상속재산분할제도를 별도로 마련한 입법목적이나 취지에 비춰보더라도 이같이 해석해야 한다.

상속재산분할협의 하고 난 후에는 공유물분할청구 가능

다만 일단 상속재산분할을 하고 난 이후에는 공유물분할청구도 할 수 있다. 상속재산분할을 하면서 특정 부동산을 공동상속인들이 공유하기로 협의를 했는데, 그 후 공유자 중 한 사람이 그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상속재산분할을 한 경우에는 그 절차를 통해 이미 기여분이나 특별수익 등이 모두 고려됐을 것이므로 그 이후에 공유물분할을 허용하더라도 부당하지 않을뿐더러, 공유관계를 해소시킬 수 있도록 이때는 공유물분할을 허용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속재산에 대해 공유물분할청구의 소가 제기되었을 때 법원은 원고의 청구가 상속재산분할을 구하는 것인지 공유물분할을 구하는 것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확인한 결과 전자로 인정됐다면 전속관할인 가정법원으로 이송해야 하고, 후자로 인정될 경우에는 상속재산분할절차가 선행됐는지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 심리결과 상속재산분할절차가 선행됐다면 공유물분할소송을 그대로 진행하여 본안 판단을 하면 될 것이고, 선행되지 않았다면 허용될 수 없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므로 소를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