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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입법조사처 주최로 '건전한 기업발전을 위한 거버넌스의 과제'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본기업 거버넌스 관련제도의 변화와 시사점' '기업 거버넌스 관점에서 본 주주의 역할' 'M&A 활성화와 기업의 경영권'이라는 3개의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 사진=황국상기자 |
국내기업들이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대항조치가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법 등 법령개정으로 M&A가 활성화될 기반이 마련된 반면 방어자 측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건전한 기업발전을 위한 거버넌스의 과제' 세미나에서 강희주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현행법상 한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으로는 자기주식 취득, 3자배정 증자, 주식분할제도, 주식배당제도, 고배당정책 등이 있다"면서도 "사실상 자기주식 취득 외에는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또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3자배정 증자도 실제로는 경영상 이유 등 조건이 충족돼야만 활용할 수 있고 여타 제도의 활용도도 낮다"며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 신주예약권제 도입, 전부취득조항부 종류주식 등 종류주식 다양화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M&A에 대한 기업의 대응조치가 새삼 논의에 오른 이유는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상법 때문이다. 강 변호사는 "우리 상법상 삼각조직재편제도는 현금없는 합병과 주식교환 등 조직재편을 가능케 하는 제도"라며 "합병 등 대가의 유연화로 적대적 M&A의 가능성이 그만큼 증대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외국법인이 국내에 100% 자회사를 설립해 삼각합병이나 삼각주식교환 등을 이용해 국내회사를 100%자회사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강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이외에도 교부금합병, 교부금 분할합병이나 지배주주가 소액주주를 몰아내는 방식의 합병, 간이합병, 소규모합병, 간이주식교환, 소규모 주식교환, 간이 분할합병, 간이 영업양수 등을 통해 적대적 M&A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근원적으로 적대적 M&A를 막는 방법은 물론 장기적인 회사의 성장과정에서 나오는 이익을 주주들에게 적절히 배분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상기업을 노리는 적대적 기업사냥꾼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들이 시장을 통해 일정수준 이상 가격을 제시하면 소액투자자들은 미련없이 주식을 던지고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사냥꾼들의 공격수단에 비해 이를 방어하는 대상기업의 대항수단은 변변치 않다는 지적이다. 강 변호사는 "적대적 M&A가 기업이익의 최대화나 회사·주주이익에 반해 이를 해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위법·부당해서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야 대항조치를 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격자와 방어자를 법적으로 균등하게 취급해 균형감 있는 제도의 배치가 필요하다"며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외국기업의 자국기업 인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과 같은 조치가 한국에도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영국 등 유럽의 경우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으로 하여금 일정수준 이상의 지분을 취득할 때 전 주식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토록 하고 있다. 공격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방어하는 측에서도 방해행위를 적극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의 경우 공격자의 공개매수를 제한하지 않는 반면 방어하는 측의 수단도 상당히 넓게 인정된다고 평가된다.
이외에도 미국의 포드 가문이나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 운용하는 방식의 차등의결권제나 구글이 2005년 나스닥에 상장할 때 활용한 비균등 의결권부 종류주 방식 등은 적대적 M&A로부터 기업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외국에 이미 도입된 상태다.
페이스북의 경우도 마크 주커버그가 실제 보유한 지분은 28.2%에 불과하나 주요 투자자들과의 의결권 구속계약을 통해 주커버그는 56.9%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국정부의 경우 BAE시스템, 롤스로이스 등 종목에 대해 단 1주만으로도 적대적 M&A나 특정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강 변호사는 "일본의 경우 의무공개매수제도나 신주예약권 제도(일본판 포이즌필 제도) 등을 도입해 적대적 M&A로 인한 분쟁이 크게 줄었다"며 "한국에서도 의무공개매수제도나 신주예약권 제도를 도입하거나 종류주 종류를 다양화하는 등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기주식의 취득과 (우호적 3자에 대한) 처분은 한국 상법상 존재하는 유일한 M&A 방어수단이지만 언제 발생할지 모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해야 해 자원운용의 비효율이 심하고 투자여력을 소진시켜 투자활성화를 저해한다"며 "고비용 저효율의 방어수단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국가가 적대적 M&A나 경영간섭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 포이즌필, 황금주, 차등의결권제 등 모든 기업에 공통적 장치인 저비용 고효율의 방어방법을 인정한다면 기업의 자사주 취득부담을 완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사주 처분에 제한을 둔다면 대신 포이즌필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이 악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미국식 포이즌필이나 일본식 신주예약권제도 도입주장에 대해 "강압적 공개매수에 대해서는 대항 공개매수를 통해 얼마든지 차단이 가능하다"며 "사외이사나 외부 기관투자자들의 독립성 결여를 고려할 때 기존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위해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밝혔다.
그는 황금주 제도에 대해서도 "국가안보 관련업종의 경우 외국인 투자촉진법상 규율로 충분하고 그 외 업종에서는 정부 재량권 남용으로 민영화 취지를 무색하게 할 것"이라며 황금주 제도에 대해서도 도입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종류주 다양화, 의결권 구속계약, 복수(차등) 의결권제도 등은 이미 도입됐거나 사실상 도입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공격자가 당초 목표한 지분 이상의 지분을 추가적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을 내놨다. 다만 그는 "경영권 방어가 아니라 주주평등대우 원칙에 입각해 그 도입에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권이 M&A를 통해 이전되는 경우, 특히 우호적 M&A의 경우 새로 대주주가 되는 투자자는 종전 대주주에게 시장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을 지불하고 주식을 사온다. 여타 주주들에게는 이같은 프리미엄을 받을 기회가 없다.
김 교수는 의무공개매수제도에 대해 "(인수자의) 전량인수를 유도해 현재 기형적인 재벌의 출자·소유구조를 시정하는 부차적 효과도 존재할 것"이라며 "부분인수를 통한 다단계·순환·교차출자를 억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의 경우 20%의 지분으로도 지배가 가능하므로 (30% 이상, 50% 이상 취득자에 의무를 부과하는) 영국과 달리 20% 이상 지분을 취득할 때 공개매수 제안의무가 발동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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