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검사장과 김정주 NXC 대표 /사진=김창현, 홍봉진 기자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48)에게서 9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49) 측이 "주식 등을 제공받은 뒤 넥슨 측에 한 번도 직무상 도움을 주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바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진 전 검사장의 변호인은 "김 대표와 진 전 검사장은 대학시절부터 단짝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라며 "친구지간에 베푼 호의와 배려가 뇌물로 비하·매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리적 비난과 별도로 진 전 검사장이 형사처벌을 받아 마땅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경제적 이익에 눈이 먼 파렴치한 공무원으로 매도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법리적으로는 김 대표로부터 제공받은 주식과 여행경비, 제네시스 차량 등에 대해 포괄일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이에 따라 공소시효가 성립될지 여부에 대해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 측은 "2005년에 제공한 4억2500만원 상당의 주가 1만주에 대해서만 뇌물 성격이 있었을 뿐 그 외 여행경비 등에는 직무관련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김 대표에게서 주식과 여행경비, 차량 등을 제공받은 것은 장래 김 대표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이뤄진 것이다"며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검사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장래 보장성 성격으로 뇌물을 받았고, 대가성 행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사실만 인정되면 뇌물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진 전 검사장 측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7)의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처남 명의의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내사가 종결된 이후 일어난 일이어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서용원 한진그룹 대표(57)측은 "서 대표는 당지 부장검사였던 진 전 검사장의 부탁을 정면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막연한 불안감에 용역사업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며 "진 전 검사장에게 먼저 만나자고 한 적도, 처남 관련 용역계약을 제안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회사를 잘 봐 달라는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 수의를 입고 출석한 진 전 검사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담담한 표정을 보였다. 그 옆에 자리한 김 대표는 대부분의 시간을 고개를 숙인 채 있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앞서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6월 김 대표로부터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받은 뒤 이듬해 넥슨 재팬 주식 8537주로 교환해 지난해 이를 팔아 126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김 대표로부터 제네시스 차량을 차명으로 제공받고 11회에 걸쳐 가족 여행 경비 5000여만원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 전 검사장은 이밖에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7)의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13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었던 진 전 검사장은 2008년 조 회장의 탈세 의혹에 대한 수사를 무혐의 종결처리했다. 그 대가로 한진그룹에 처남 명의의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달라고 청탁해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