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열린 '2015 창조경제박람회' 미래성장동력 챌린지 퍼레이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구급차 통행을 위해 차선을 바꿔 서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스1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가 최근 잇따르면서 책임소재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자동주행 기능 모드를 유지하고 있던 테슬라 차량은 도로 맞은편 차로에서 달려오던 트레일러가 좌회전하는 상황을 제때 감지하지 못한 채 충돌해 탑승자가 사망하는 참변을 겪었다.

구글 자율주행차 첫 사고로 책임소재 논란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지난 3월 첫 과실사고를 내자 구글은 책임을 인정했지만 향후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가 개발된다면 책임소재를 따지기 쉽지 않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앞두고 안전장치와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윤리문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3명이 탑승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앞에 대형트럭이 돌진해 충돌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입력자가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한두 명의 보행자가 사망하더라도 그곳으로 자동차 방향을 돌리도록 설정한 것은 정당할까.

자율주행차가 다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소수의 생명을 희생시킬지, 탑승자의 안전 혹은 교통사고 상대방의 안전을 먼저 확보할 것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

민·형사상 책임 불분명..2020년까지 자율자동차 상용화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 보행자나 다른 차량을 들이받아 인명피해가 발생해 누군가에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가정하자. 자율주행차 운전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하게 될까.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차량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났을 때 처벌할 자를 '운전자'로 한정하고 있어서, 자율주행차의 경우 서버 관리자나 AI 개발자를 '운전자'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또 현행법상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토대로 형사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자율주행 정도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운전자와 자동차 제조사 간 책임 비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한적 자율주행 단계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2013년 제시한 0~4단계까지의 자율주행차 단계 중 3단계다. 16일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이번 사고를 낸 테슬라는 2단계에서 3단계에 가깝다. 제조사가 운전자에게 '부분적 자율주행'을 강조했더라도 책임회피는 불가능하다. 운전자에게 불안정한 시스템을 신뢰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80%는 제조사, 20%는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는 비율을 법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관련 근거법안 마련 시급한 과제

한편, 무인자동차가 사고를 내서 민사책임을 물을 경우 제조사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면 최첨단 기술로 만든 AI의 정교한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기술적 결함을 피해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AI가 계산된 대로 행동했는데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어디까지를 '잘못'으로 봐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책임의 주체, 책임의 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선 변호사는 "손해 발생의 원인이 무엇인지 입증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미시간 주에서는 100% 무인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회사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법안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AI 시대에 대응한 손해배상 입법을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차로 개발 중인 제네시스의 실제 도로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 자동차업계가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을 진행 중인 가운데, 본격적인 자율자동차 시대를 대비한 근거법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