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의 대표적인 드라마이자 중국 동시방영으로 큰 인기를 끈 드라마를 예능 프로에서 패러디해 화제가 되고 있다. 패러디는 원작의 비평 등을 통해 사회에 유용한 정보나 다양한 가치관을 표출해 문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패러디는 저작권법상 어느 정도 허용되는 것일까? 패러디는 해학이나 조롱을 위해 작가나 작품의 스타일을 흉내낸 문학적 음악적 작품을 지칭한다. 이는 유명한 작품을 이용한 해학적 비평을 통하여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드는 창작활동의 영역에 속하기도 한다. 패러디라는 용어는 원래 "다음 노래"를 뜻하는 희랍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는 사티로스극이 패러디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행해지던 사부작 연극의 네 번째 극이다. 비극적인 삼부작에 이어 합창단이 숲의 반수신 사티로스로 분장하고 춤을 추면서 디오니소스 찬가를 부르던 희극이다.  

패러디와 유사한 형태로는 벌레스크, 패스타쉬 그리고 풍자 등이 있다. 벨레스크는 패러디의 일종이나 조롱을 그 필수 요건으로 하고, 패스타쉬는 혼성모방을 의미한다. 그리고 풍자는 우매함을 지적해 교훈을 전달하거나 사회적 개선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패러디는 원작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는 직접적 패러디와 원작을 비평의 수단으로 이용하지만 원작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현대사회의 일반적 현상을 비평하는 매개적 패러디로 크게 나누어진다.

패러디의 보호와 관해서는 크게 두 개의 입장이 있다. 하나는 이를 제2차적 저작물로 보호하는 입장이고, 나머지 하나는 공정이용이론에 입각하여 저작권의 제한규정으로 보호하는 입장이다. 각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독일의 경우는 패러디가 독립된 작품으로서 창조된 경우에만 이를 보호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공정이용법리에 따라 분석해 보호여부를 결정한다. 프랑스의 경우는 저작물이 공포된 이후에는 패러디, 패스타쉬, 캐리커쳐에 대해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패러디가 성립되기 위한 조건은 어떠한가? 먼저 원저작물이 있어야 한다. 가급적 저명해야 한다. 그리고 패러디는 변형이 이뤄져야한다. 다만 변형의 개념은 좀더 광범위하게 인정돼야 할 것이다. 또 패러디는 원 저작물과 구별되는 창작성을 가져야 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 패러디로서 이를 인정할 것인가는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해 결정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할 때는 저작인격권 즉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 유지권부분 등과 나아가 일반적인 저작권 침해여부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한다. 먼저 동일성 유지권과 관련하여 판례를 살펴보자. 국내 롯데의 마스코트인 '로티(Lotty) 사건'에서는 마스코트 도안공고에서 당선작으로 선정된 너구리를 주제로 한 로티라는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등을 공모자가 공모한 사업자에게 모든 권리를 양도했다. 추후 수정보완작업에서 도안자가 변경을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분쟁이 발생됐다. 

이에 법원은 위 도안을 변경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묵시의 동의를 당선작 공모자가 한 것으로 해석해 달리 동일성 유지권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리고 외국의 사례로서는 가장 유명한 것이 산악사진기자의 스키활강 사진의 예이다. 산악사진기자의 스키할강사진을 동의를 받지 않고 자동차의 스노우타이어 사진과 합성한 사안에서 저작권자의 동일성 유지권의 침해로 본 경우다.

서태지의 '컴백'에 대한 패러디에서는 가사와 곡을 임의로 변경해 이를 공연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보고 해당 행위가 패러디라고 하는 주장을 배척한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매개적 패러디의 경우는 독자적인 창조물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다른 저작물 등 작품의 차용 등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리고 창조적인 표현을 강조하는 모더니즘과는 달리 포스트 모더니즘의 경우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좀 더 강조하고 있어 패러디물의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적인 흐름에 대해 좀더 유연하게 저작권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나아가는 시대적인 흐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적정한 균형이론에 입각해 좀더 유연하게 저작권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공정이용법리를 좀 더 유연성있게 확대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Who is]1961년생인 김승열 변호사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마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서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대한변협 소속 지식재산연수원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식재산금융과 법제도'라는 저서를 발간하는 등 학구파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