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체중 조절 기능을 인정받아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사용되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에 대한 간손상 위험 관련 언론 기사가 발표됐다. 그러자 정식으로 식약처에 이 추출물에 대한 위해성에 대한 재평가 요청이나 문의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신문 기사 하나로 인해 관련 제품을 섭취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환불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일로 다이어트 식품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이 힘들어하자 식약처가 즉각적으로 언론 보도에 대응했다. 식약처가 해당 추출물의 부작용에 대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사라졌다. 이미 식약처에서는 관련 법령을 정비해 문제가 된다고 보고되거나 소비자 신고가 많은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 재평가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이번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에 대한 위해성 문제에서 소비자들은 과거 '백수오 사건'때처럼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의혹에 크게 반응했다. 법 제정 후 시행된 지 이미 10여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확고하지 못하단 얘기다.

그렇다면 의약품이 아닌 식품에 대해서 기능성을 정부가 인정해 주는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건강기능식품도 일반 식품과 내용물이 같다. 다만 단순히 안전성 검사 등 수억원을 들여 추가적인 검사를 한 것외에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인증을 해줬다는 이유로 오히려 소비자들이 가르시니아 관련 식품 등을 마치 의약품처럼 오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오남용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오히려 오남용 가능성을 산업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덮어두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아직까지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 문제로 인해 실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서 승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현행 법령에 따라 정부가 기능성을 인정하는 과정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과거 '백수오 사건'과 달리 안전성이나 독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가가 모든 배상에 대해서 책임지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안전성과 달리 광고에 대해서도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중인 사건이 있다. 의료법과 같은 맥락으로 사전심의가 위헌 결정이 날 경우 영업자의 과대광고에 대한 식약처의 통제력이 상실될 것이다. 이로 인해 결국 소비자들만 혼돈에 빠져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이 체중 조절과 관련해 심한 경우 의약품을 복용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정 성분이 함유된 각종 식품 섭취 자체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단 얘기다.

식약처에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체중조절에는 먹는 양이 중요하며 특정 성분이 함유된 제품 섭취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식약처에서 체중조절과 관련된 제품에 인증을 주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더 큰 혼란이나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의 김태민 변호사는 식품·의약품 분야 전문 변호사로 등록돼 있으며 식품영양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식의약 관련 사건을 주로 다룬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식품과 의약품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