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들이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법원에 신청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파산, 개인회생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개인회생 인가율이나 파산 면책율이 높은 법원이 어디인지를 묻고 자신의 거주지와 상관없이 그 법원으로 신청할 수 없는 지 묻는 의뢰인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가끔씩은 주소를 옮겨서라도 현 주소지 법원이 아닌 다른 법원에서 사건을 진행하고 싶다고 하는 채무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실거주지가 아닌 곳에서 신청을 하는 경우 법원에서 신청취하 후 법에서 정한 법원에 신청할 것을 지도하거나 직권으로 이송해서 채무자는 절차지연의 불이익을 입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자들이 법에서 정한 법원이 아닌 법원을 찾아 무리하게 신청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사건의 법원별 처리결과를 보면 채무자들이 법원선택을 고민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대법원 홈페이지에 공고돼있는 2016년 8월 18일을 기준으로 추출된 최신 통계(개인회생사건 통계는 2016년 7월 기준, 면책사건 통계는 2016년 6월 기준)를 살펴보면 법원에 따라 개인회생 개시결정전 기각율, 개인회생 개시후인가전 취소율, 면책사건 인용율의 차이가 상당히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회생개시결정전 기각율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사건을 처리해서 경험이 많고 별도로 파산부까지 두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 1598건 중 119건이 기각되어 7.4%의 기각율을 보인 반면, 의정부지방법원의 경우 1095건 중 214건이 기각되어 19.5%의 기각율을 보이고 있고 춘천지방법원은 73건 중 27건이 기각되어 40%의 기각율을 보이고 있다.

개시후인가전 취소율을 살펴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 1439건 중 93건이 취소되어 6.5% 기각율을 보인 반면, 수원지방법원의 경우 1502건 중 189건이 취소되어 12.6%의 기각율을, 전주지방법원은 199건 중 47건이 취소되어 23.6%의 기각율을 보인다.

면책사건의 인용율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 973건 중 902건이 인용돼 92.7%가 인용된 반면, 부산지방법원의 경우 324건 중 255건이 인용돼 78.7%만이 인용되는 것에 불과했고, 전주지방법원의 경우에는 심지어 36건 중 11건 만이 인용되어 30.5%에 그쳤다.

지역적으로 인접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 및 의정부 지방법원의 개인회생신청 관련 기각율과 면책사건 인용율의 차이가 상당한 점을 고려할 때 법원별로 개인회생관련 기각율과 면책사건 인용율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지역에 따라 채무자들의 성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파산부를 두고 가장 많은 사건을 처리해 경험이 많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개인회생기각율이 낮고 면책인용율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파산부가 별도로 구성돼 파산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판사 및 법원공무원이 있는 법원과 그렇지 않은 법원의 업무처리 방식, 사건처리 경험의 차이에 기인하는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처럼 법원별 개인회생, 개인파산 사건 처리의 차이점으로 인한 문제점 및 도산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도산전문법원 도입을 재추진하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도산전문법원이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만 설치된다면 법원별 사건처리결과의 차이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전국에 도산전문법원을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전자소송을 통한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사건 진행이 가능한 점, 2016년 8월 30일 시행된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 법인 채무자의 파산‧회생 사건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의 관할 집중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사건의 경우에도 현재 실질적으로 도산전문법원으로 기능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관할 집중을 허용하는 것으로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의 관활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법원에서 부채의 짐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벗어나기 위해 법원을 찾는 채무자들이 조금이나마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려줄 법원을 선택하려는 태도를 문제 삼기보다 그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듬어줄 제도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기대해본다.

법무법인 서율의 최동욱 변호사는 전문직과 기업 대표의 회생·파산 업무를 주로 맡았다. 도산절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배임·횡령·강제집행면탈 관련 형사사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도 집합건물 관련 관리단 소송 등 부동산 소송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