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신청한 고 백남기씨(69)의 부검 영장이 26일 기각됐다./ 사진제공=뉴스1

법원이 고(故) 백남기씨(69)의 부검영장을 기각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백씨의 시신 부검을 위해 신청한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2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이 명확한 기각 사유를 알리지 않았다"며 "추후 사유를 확인한 후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6시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영안실로 옮겨진 백씨의 시신을 검시했다. 이후 같은 날 밤 11시쯤 서울중앙지검에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자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26일 0시 직후 서울중앙법원에 부검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소식이 들리자 병원 장례식장을 지키던 시민들은 "기각 환영, 우리가 승리했다"며 환호했다.

시민 400여명은 전날 저녁 7시쯤부터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과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 주위를 둘러싸고 철야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병원과 서울 양천구 서울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45개 부대 경력 3600여명을 배치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쌀가격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 당시 경찰은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발사했고 백씨는 여기에 맞아 쓰려져 의식을 잃었다.

백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대뇌 50% 이상·뇌뿌리 등이 손상돼 의식불명 상태로 인공호흡기와 약물에 의존해왔다.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316일만에 운명을 달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