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회사, 30억 투자받고 1000억 원 토해낼 위험에 처하다

의뢰회사(A)는 2009년 3월경 창업투자조합(B)로부터 약 30억 원을 투자받고 30여만 주를 매각하였습니다. 이건과 관련해 작성된 투자계약서에는 “B는 원할 경우 언제든지 A회사에게 외부 회계감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고, 또한 언제든지 A회사의 회계 및 경영 전반을 감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했습니다. 투자가 절실했던 A회사는 불합리한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A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아지자 B는 투자금의 30배가 넘는 1000억원을 요구하며, A회사의 경영상태를 점검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A회사를 상대로 외부감사인 선임절차 이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외부감사인이 회사의 회계장부 및 경영관련 서류를 만연히 열람하게 될 경우, 회사기밀 유출의 우려가 있을뿐더러, B가 장차 A회사를 상대로 주식매수청구를 할 때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었습니다.

◇ 투자의 출발점은 투자계약서

다른 법률행위도 마찬가지이지만, 돈이 오가는 사건의 제 1 출발점은 ‘계약서’입니다. 이건과 같이 회사가 투자를 받는 경우 당연히 ‘투자계약서’가 작성될 것이고 그 해석이 분쟁해결의 출발점입니다.

A회사가 B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을 당시에, 애초부터 위와 같은 독소조항을 넣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미 분쟁이 벌어지고 난 후에는 계약서 조항을 면밀히 검토하여 우리 측에 유리한 내용을 찾아내야 합니다. 위 사건에서는 투자계약서에서 “회사가 별도의 회계감사법인을 지정하여 회계감사를 하는 경우, 원고가 회계감사인을 별도로 지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조항이 발견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1) B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외부 회계감사인을 선임청구 할 수 있다는 것은 경영현실과 맞지 아니하는 무리한 주장이고, 2) A가 이미 외부 회계감사인을 지정해 성실히 회계감사를 받아서 감사보고서가 나온 상태이므로, B가 그 감사보고서를 열람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A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 새로운 회계감사인 지정을 요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외부 회계감사인의 필요성에 대하여 주장도 소명도 하지 않은 채 임의로 외부회계감사인 지정을 청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를 세워 변론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3) 무엇보다도 B는 창업투자'조합'으로서 민법상 조합의 성격을 가졌을 뿐 사단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본안 전 항변(소가 부적법하므로 심리없이 각하해달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 ‘조합’은 소송상 당사자능력이 없다

이 사건을 맡은 제1심 법원은 1), 2)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B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A회사 전부승소). 제2심(서울 고등법원)은 우리 측 3) 주장을 받아들여 소 각하 판결을 내렸습니다(A회사 전부승소). B는 이건을 가지고 대법원에 상고하였지만 결국 소를 취하하여 A회사의 승소가 확정되었습니다. 결국 B와 같은 투자‘조합’은 소송상 당사자능력이 없으므로 그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각하가 된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법무법인 정의 대표인 강동원 변호사는 부동산 및 기업법 분야의 소송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 분야는 재개발, 재건축 사건을, 기업법 분야는 자문과 송무를 통한 기업 리스크 관리 분야를 주로 다루며, 현재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