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남기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투쟁 본부로 이름을 바꾸고 총력 대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윤준호 기자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가 투쟁 본부로 이름을 바꾸고 범국민 대회 등 본격적인 거리투쟁에 나선다.

백남기 대책위는 26일 오후 2시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써온 대책위란 명칭을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 본부'(투쟁 본부)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투쟁 본부는 29일 오전 11시 비상시국을 선언하고 총력 대응에 돌입한다. 특별검사제도(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다음 달 1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범국민 대회를 연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각 지역에 고(故) 백남기씨를 추모하는 시민 분향소도 마련할 계획이다. 투쟁 본부는 매일 저녁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촛불집회도 열 예정이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다음달 1일 대학로 범국민대회에 국민 여러분들의 총력을 모아달라"며 "매일 열리는 저녁 촛불집회에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길 부탁한다"고 대국민행동을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백씨의 시신 부검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백씨의 큰딸 백도라지씨는 "아버지를 쓰러뜨린 경찰이 부검영장까지 신청했다"며 "유가족을 힘들게 하는 경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부디 아버지가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의장도 "부검은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가 아닌 질병으로 인해 죽었다고 뒤집어 씌우려는 행태로 보인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경찰의 태도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눈을 감자, 부검하겠다고 나선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특검을 임명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다시는 국가권력에 의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쌀가격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 당시 경찰은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발사했고 백씨는 여기에 맞아 쓰려져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백씨는 대뇌 50% 이상·뇌뿌리 등이 손상돼 의식불명 상태로 인공호흡기와 약물에 의존해왔다.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316일만에 운명을 달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