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민사사건을 최대한 1심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1심 집중심리 개선안'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방법원(법원장 강형주)은 26일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강형주 법원장과 김용대 민사수석부장판사, 민사 합의부 재판장 33명이 모인 가운데 1심 심리방식 개선안을 논의했다.

법원에 따르면 매년 항소심 접수 건수는 2012년 5만3235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5만8422건을 기록했다. 또 소송 당사자들은 1심보다 항소심 결과가 중요하다고 보고 항소심에서 전력을 다해 다퉈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법원은 이렇듯 항소율이 높고 항소심에서 재판 결과가 자주 번복될 경우 사법신뢰가 하락하고 국민의 권리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충실한 쟁점정리를 통한 당사자 청구 확정 △증거조사를 위한 사전 절차협의 강화 △폭넓은 증거채택을 통한 항소심에서의 추가 증거조사 필요성 감소 등이 제안됐다.

구체적으로는 당사자 사이 다툼이 있는 사항의 경우 사건 초기부터 재판부가 적극 개입해 쟁점을 정리하되 그 과정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기초로 토론을 거치고, 이를 통해 항소심에서 새로운 쟁점이 나오는 것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당사자에게 충분한 주장·증명을 펼칠 기회를 주고 절차진행을 예측·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하도록 했다. 특히 증거의 증거가치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증거조사의 필요성을 부정하거나 증거신청을 기각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아울러 필요할 경우 충분한 공방 기회를 제공하고 여유 있는 변론 진행을 위해 1심의 장기미제기간을 기존 2년에서 2.5년~3년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재판장들은 이날 논의한 대안을 통해 불필요한 항소를 최소화하고 당사자의 절차적 만족도를 높여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형주 법원장은 "1심의 종국적 분쟁해결능력을 강화하고 항소심은 원칙적으로 1심 심리의 당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사실심 심급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민사합의부 재판장들이 1심에서의 집중심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소송지휘권을 적정하게 행사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