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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 음식점에 '김영란법 메뉴'가 붙어있다. /사진= 이기범기자 |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로 인해 공공기관이나 정부 등을 상대로 한 대형로펌의 영업방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식사나 주류접대, 골프접대 등과 같은 음성적 방식의 대관업무가 김영란법으로 모두 금지가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법이 금지한 행위를 음성적인 상태로 장기간 유지하기란 힘들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정부·공공기관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 수 있는 실력있는 전문인이 얼마나 많은지가 로펌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몸 사리자…변호사들 알아서 조심하라" 로펌들도 내부 단속
주요 로펌들도 일제 사내교육을 통해 김영란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내부용 매뉴얼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배포했다. 화우, 율촌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의도 수차례 개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교육 등을 실시하지 않은 로펌에서도 '각자가 법률 전문가인 만큼 알아서 조심하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전언이다.
법 시행 초기에는 무조건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A대형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아직은 법 시행 초기니까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고 해서 예전처럼 영업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예전만큼은 성과를 내기 힘들지 않을까 싶고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대형로펌의 파트너도 "그간 우리가 주로 정부·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밥을 샀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모임이 위축되는 건 당연하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만나서 되도록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 곧 개별 로펌의 능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맥보단 실무능력…수임료 경쟁 심화가능성도"
영업방식이 바뀌게 되면 로펌의 경쟁력도 인맥을 활용하기보다는 서류작업의 완결성 등 실무능력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 등과의 연락망을 갖추지 못한 로펌의 경우는 수임료를 깎아서라도 신규사건 수임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법의 감시망을 피해 종전의 인맥채널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C대형로펌의 파트너는 "주로 우리가 주최해왔던 골프모임이나 저녁 술자리가 많이 줄어들겠지만 모임 자체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로비대상 기관출신의 전관을 중심으로 모임을 만들어 종전의 소통망을 유지하려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로펌에서 근무하는 Z부처 출신의 한 전관이 'Z부처 동문회'라는 모임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모임에 해당로펌에 근무하는 Z부처 출신 전관들은 물론 현직 Z부처 공무원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현직에게는 월 5만원, 전관에게는 월 10만원'씩의 회비를 걷어 이 회비로 모임을 운영하는 계획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해당 전관과 현직 공무원 사이의 개별적인 접촉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는 데다 '편법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공식적인 대관 커뮤니케이션 정착 필요"
김영란법으로 인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몸을 사리게 되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세종의 백대용 파트너변호사는 "그간 공무원을 만나서 밥을 먹고 술을 샀던 이유는 인·허가 지연이나 행정적 문제가 생겼을 때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채널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혈연·지연·학연 등 인맥을 통해 공직자 등을 소개받아 이들과 술이나 식사, 골프 등을 함께 하는 등 '은밀한 방식의 대관업무'가 성행했다는 설명이다. 백 변호사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은밀한 대관업무가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와 합리적 논리로 공무원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의 대관업무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무원들이 무조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민원처리도 형식적으로만 진행하게 될 경우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은 바로 국민"이라며 "미국의 로비스트제도처럼 데이터와 논리로 무장한 전문가들이 입법부·행정부 관계자를 만나 국민의 목소리와 고충을 전달토록 하는 소통방식이 보완돼야 김영란법도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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