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법률시장 잠식 아니다..글로벌 소송 전략은 '현지화'"

[the L][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대표 인터뷰] '오멜버니&마이어스의 김용상 공동대표·신영욱 변호사

▲'오멜버니&마이어스의 김용상 공동대표(왼쪽)·신영욱 변호사(오른쪽). 오멜버니 서울사무소에 있는 백남준 선생의 작품 '1800 RPMs(분당 회전수 1800으로, 1992년 작)' 앞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아시아나 항공 등을 대리하면서 20여년간 한국 기업 고객과 소통해 온 '오멜버니&마이어스(O'Melveny & Myers LLP, 이하 ‘오멜버니’)'가 2012년 11월 한국에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188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설립된 오멜버니의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5개 사무실에서는 약 700명의 변호사가 일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워런 크리스토퍼(Warren Minor Christopher)가 공직 시절을 제외하고 몸담았던 로펌이다.


"특허분야 등 한국 기업 해외소송 맡아"


"여러분이 오멜버니의 변호사 한 명에게 일을 맡겼더라도 오멜버니 전체와 소통하시는 겁니다. 오멜버니의 전 세계 사무실은 한 개의 단일한 로펌으로 운영되며, 동료들 간 협업시스템이 최고입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오멜버니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용상 공동 대표는 "'24시간 돌아가는 로펌'이죠. 고객들은 오멜버니의 변호사들과 언제나 소통이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을 위해서 지적재산권 및 특허, 반독점법 관련 소송을 주로 하는 오멜버니는 아시아나항공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해외소송을 맡아 신뢰관계를 쌓아 왔다.

2011년에는 SK하이닉스가 램버스(Rambus)를 상대로 11년간 싸워 온 반독점법 소송에서 완승했다. 램버스가 SK 하이닉스를 상대로 제기한 독점금지소송이었는데, 청구금액이 40억 달러(약 4조6000억원), 징벌배상이 인정될 경우 최대 약 120억 달러(약 14조원)까지 손해배상액이 늘어날 수 있었던 회사의 존망이 걸린 사건이었다. 샌프란시스코 배심원단은 이 소송에서 SK 하이닉스에 "책임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오멜버니는 일본의 무라타(Murata Manufacturing)사가 삼성전기를 상대로 낸 특허 침해사건에서도 삼성전기의 승리를 이끌었다. 아시아나항공을 대리한 미국 항공료 담합 사건에서도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리걸테크'로 소송정보를 한 눈에.."국내로펌과 역할 달라"


'OMM-LIT(전산시스템의 소송지식창고)'는 오멜버니의 큰 보물이다. 리걸테크(Legal Tech·기술을 활용한 법률서비스) 서비스를 이용해 소송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정리한 기록창고다.


활용된 지 2년 정도 된 'OMM-LIT' 서비스에 오멜버니 구성원들의 반응은 뜨겁다. 김 대표는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변호사들은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고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각 소송단계별로 나름의 팁(tip), 제출할 양식 서류 양식 등이 꼼꼼히 정리되어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도 "소송 단계별로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어서 신규변호사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소개했다.


외국로펌들이 국내에 사무실을 열면서 법률시장이 잠식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어느 정도 변화는 있겠지만 잠식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건전한 경쟁을 통해 결국은 한국 법률시장이 커지고, 질적으로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이어 "국내 로펌과 외국계 로펌의 역할이 다르다. 중재, 혹은 분쟁을 해결하거나 국제 M&A(인수·합병)를 주로 한다"며 "한국기업들이 외국법에 관한 자문을 원하는 경우, 법률시장개방 전에는 해외에 가서 현지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가까운 서울사무소를 통해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들의 세계 진출로 외국 기업과 분쟁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글로벌 소송은 '현지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소송은 '기록의 싸움'이다. 소송의 쟁점이 된 핵심 기록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의 소송에서는 자기 측에 유리한 자료만 제출하면 되지만 미국에서는 상대방이 요구하는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기록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고 임의로 파기하면 제재를 받게 된다"며 "그 나라의 제도에 맞게 대응을 해야 한다. 배심원 배정이나 미국 법정의 구조 자체 등을 잘 아는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 청소년 연수프로그램' 마련..공익활동


오멜버니 서울사무실에 들어서면 미술 작품들이 고객을 먼저 맞이한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의 오멜버니 사무실에서도 같은 풍경이고, 새 사무실을 낼 때는 그 나라 현지 작가의 작품을 꼭 포함하는 것이 전통이다.


서울사무소에도 오멜버니 설립 당시의 LA 거리 풍경을 담은 사진에서부터 백남준 선생의 작품 '1800 RPMs(분당 회전수 1800으로, 1992년 작)'와 '불붙은 모자(burning hat,1987년 작)'까지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신 변호사는 "로펌 내 하나의 문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나라에 출장 가서 사무실을 들르면 언젠가 내 사무실에 있었던 것과 같은 작품이 걸려 있는 걸 보고 동질감을 느낀다. 작품은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실에 걸 미술품 선정에서부터 전세계에 걸쳐 동질적인 법률 자문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현지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고객과 소통하려는 오멜버니 정신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멜버니가 서울사무소를 열면서 가장 먼저 한 일도 '공익활동(Pro Bono)'이다. 사무실 개소식 비용으로 2013년과 2014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한겨레 학교에 다니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미국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큰 성과를 거뒀다.


신 변호사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고 큰 꿈을 가질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사업을 떠나 한국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화려한 개업식을 특급 호텔에서 여는 것보다 훨씬 보람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 변호사들도 거대한 개업식 행사를 치르는 것보다, 이 학생들의 미래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다른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가 바람직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오멜버니 서울사무소는 한국 기업이 추진하는 글로벌 사업의 동반자 역할은 물론, 한국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소통하기를 희망한다. "국내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시차 걱정 없이 고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어요. 해외의 사무실에서도 전화나 이메일로 업무 처리가 가능하지만, 대면 만남을 통해 알게 되는 이해의 깊이와는 비교 불가능하죠."



[Who is]
미국 코넬대 로스쿨을 졸업한 김용상 변호사는 주로 기업결합 심사, 정부 조사, 자율규제 기관들의 조사에서 국내외 대기업들을 자주 대리해 왔다. 2008년부터는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을 자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조항을 근거로 한국정부를 상대로 최초 제기된 투자자 대 국가 소송에서 한국정부를 대리했다.


[Who is]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신영욱 변호사는 2003년부터 국내 로펌 율촌에서 한국 변호사로서 (사법연수원 29기) 일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2008년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2009년부터 오멜버니 LA 사무실에서 미국 변호사로서 근무하며 한국 기업들에게 소송, 반독점법, 부패방지법, 정부 규제, 투자와 인수합병 분야에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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