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쎄 저는 이런 협정서를 쓴 적이 없다고요."

"여기 자필서명이 있는 협정서가 있잖아요. 저는 분명히 협의를 하고 사업을 한거라니까요."

자필 서명이 분명이 들어가있는 업무협력협정서를 앞에 두고 서로 자신의 말이 맞다고 싸우고 있는 두 남자. 사건을 담당한 이 검사는 고민에 빠졌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고씨의 이야기 "같이 일하던 직원 맞지만 특허사용 허락한 적은 없다"

사건은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씨는 2014년 차가운 물로도 커피를 추출해낼 수 있는 '커피 추출장치'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해 특허를 받았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특허를 등록하는데만 1년이 걸려 이룬 성과였다.

어느날 고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자신의 특허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특허를 낸 기계로 똑같은 상품을 팔고 있다는 블로그 글을 보고 누군지 알아보니, 김씨였다.

김씨는 고씨 회사에서 영업 업무를 하던 직원이었다. 특허를 받은 추출 기계로 커피 원액을 생산하면 이를 자판기 회사에 판매하는 영업 업무를 하던 김씨는 같은 팀 동료 두 명과 함께 회사를 나가 따로 사업을 시작했다.

고씨는 김씨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연락을 했지만, 김씨는 블로그 글을 내리고 연락을 받지 않았다. 김씨에게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하자, 고씨는 김씨를 특허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김씨의 이야기 "특허 제품 이용해 함께 영업 하기로 협정서를 썼다"

김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업무협력협정서'를 들고 지능범죄수사팀을 찾았다. 고씨가 특허권을 위반했다고 하는데, 분명히 자신과 협약을 맺고 공동 사업을 하기로 했다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들고 온 세 장짜리 협정서에는 "고씨가 취득한 특허를 이용해 국내 공동 마케팅 및 영업행위를 하는데 협력한다", "비율은 영업이익의 20% 내에서 추후 협의해 결정한다"는 내용과 함께 고씨와 김씨의 서명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김씨는 고씨가 분명 특허권 사용을 허락하고 공동으로 영업하기로 해놓고 이제와서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사람 눈은 속였지만…'혐의없음'에서 '범죄자'로

경찰은 자필 서명이 담긴 업무협력협정서를 보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원본 업무협력서에 고씨와 김씨의 자필 서명이 분명히 들어가있는 것이 주요 증거가 됐다. 경찰은 고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 김씨는 범죄 혐의가 없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보냈다.

사건을 받은 이 검사는 아무래도 업무협력협정서가 이상했다. 고씨가 협정서를 작성하고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고소까지 한 이유가 뭘까. 협정서를 살펴보던 검사는 세 장짜리 협정서의 종이 재질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독 두 번째 장만 종이 색깔이 달랐다.

'왜 종이 색이 다르냐'는 검사의 질문에 김씨는 "협정서를 인쇄하다가 프린터에 종이가 떨어져 중간에 다른 종이를 채워넣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는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문서 감정을 요청했다. 문서감정 결과는 김씨의 주장과 달랐다. 이 협정서는 '가짜'라는 것. 서명까지 있는 협정서는 어떻게 '위조' 판정을 받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