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채업자의 극심한 채권추심을 이기지 못하고 대기업 직원이 금은방 절도를 한 사건과 사채업자에게 연 390%의 고리에 돈을 빌린 20대 여성이 사채업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금융감독원과 경찰의 지속적인 사채업자 감독에도 불구하고 사채업자의 채권추심으로 인한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 무등록 대부업체로부터 채무자 보호위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 필요

금감원은 최근 대부업체의 채권추심 가이드라인을 통해 건전한 채권추심관행을 유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2009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극심한 채권추심이 무등록 대부업체들로부터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가이드라인만으로 불법추심의 공포로부터 채무자들이 보호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무등록대부업체들은 가이드라인 및 법령을 무시한 채 채권추심을 하기 때문에 무등록대부업자가 법을 위반하여 채권추심을 하는 경우에는 보다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 무등록 대부업자의 불법채권추심행위에 대하여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극심한 채권추심을 받는 채무자는 일정한 경우 변호사나 법무법인을 채무자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채권추심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런데 무등록 대부업체로부터 채권추심을 받고 있는 채무자가 채무자대리인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채권자가 ‘대부업의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사실상 대부업을 영위하는 자’라는 사실을 입증해야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채무자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아 채무자 대리인제도 이용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채무자들의 입증의 곤란을 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일단 채무자가 채권자 대리인 선임통지를 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추심을 중단하여야 하고 자신이 무등록대부업체가 아니라는 사실 등 채무자대리인제도의 적용대상이 아님에 대하여는 채권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 채무자대리인 제도 적용회피 시도 방지 장치 마련 필요

채무자에 극심한 채권추심으로 인한 채무자의 고통은 무등록 대부업체 뿐만 아니라 대규모 대부업체, 대규모 대부업체가 설립한 저축은행, 신용정보업자 등을 통해서도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규모 대부업체들이 규모를 키워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두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부업체가 채권자였던 채무를 변제하고 저축은행으로 채권자를 변경하는 것을 유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을 이용할 수 없었던 채무자들에 대해 채권자를 저축은행으로 변경해주는 것은 저축은행 측의 호의라기보다는 채무자가 추후 신용회복이나 개인회생, 개인파산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채무자대리인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행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규정상 저축은행은 채무자대리인제도를 통해 채무자가 직접적인 채권추심을 막을 수 있는 범위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대부업체였던 채권자가 저축은행으로 형식이 바뀌었다고 하여 그들의 채권추심의 강도가 채무자대리인제도가 적용되지 않아도 될 만큼 낮아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채무자대리인제도의 적용을 회피하기위해 채권자를 변경하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채무자대리인제도의 적용범위를 저축은행 및 신용정보회사를 포함하도록 채권의 공정한 채권추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 채무자대리인제도 이용 활성화를 통한 채무자 재기지원 노력 필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극심한 채권추심의 공포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업체의 채권추심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여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며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서 채무자대리인제도는 대형 대부업체들이 적용회피를 시도할 만큼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채무자대리인제도는 채권자의 채권추심의 공포에서 잠시 벗어나 신용회복이나 개인회생, 개인파산절차 등 채무조정을 시도할 수 있는 숨 쉴 틈으로서 그 입법취지를 달성하고 있다할 것이다. 채무자들이 채무자대리인제도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채무자들이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 재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채무자들도 우리나라 경제의 한 부분이고 이들의 재기가 우리나라 경제의 재기일 수 있다. 채무자들이 비정상적인 채권추심의 공포로 인해 범죄행위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이들의 재기를 돕는 첫걸음이라 할 것이다.

법무법인 서울의 최동욱 변호사는 전문직과 기업 대표의 회생·파산 업무를 주로 맡았다. 도산절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배임·횡령·강제집행면탈 관련 형사사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도 집합건물 관련 관리단 소송 등 부동산 소송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