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안은 고요했다. 1박2일간 진행된 교도소 생활 체험. 이곳에 사는 이들은 바깥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고 일을 하고 밥을 먹는다. 벽에 붙은 조그만 TV가 이들을 바깥과 이어주는 창구가 된다. 지정된 시간에만 볼 수 있는 하나뿐인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는다.

교도소에 들어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잘 준비를 하던 중 TV에서 뉴스가 나왔다.

"최순실씨는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께 어떻게 전달되는지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일명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설마했던 일을 대통령이 인정했다. 대통령은 '순수한' 마음으로 '조언'을 받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드러나는 정황들은 최씨가 '순수한 조언'을 넘어 청와대 인사부터 외교, 안보 등 정책분야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통령이 사실은 최순실이었다'는 원색적인 비난은 치워두고라도,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적용가능한 죄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공무상비밀 누설' 혐의가 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4조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된다'며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은 공무원 등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등에 처하도록 한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두고는 설립부터 운영 전반에 걸쳐 자금세탁, 탈세 의혹부터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의심되고, 최씨 딸의 이대 입시·학사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뉴스가 나오는 중에도 주변은 고요했다. 들리는 것은 TV소리 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은 모두 같은 뉴스를 봤을 터다. 죗값을 치르기 위해 자유를 저당 잡힌 이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누구라도 법을 어기고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에 적합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힘이 있다는 이유로 피해갈 수 있다면 여기 살고 있는 이들은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내가 힘이 없어 이곳에 왔으니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최씨는 언론인터뷰에서 각종 의혹들에 대해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PC유출에 대해서는 "검찰이 확인해야 한다"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얼마나 억울할까. 그렇다면 기자 앞에서 호소할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기다리는 한국으로 돌아와 검찰 앞에서 사실을 밝혀야 한다. 누구라도 죄가 있다면 수사기관은 제대로 수사를 하고 의혹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 물론 억울한 점이 있다면 이 역시 제대로 밝혀야 할 일이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인 '법치'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법치국가'에서 할 일이다.

교도소에서의 하루가 지났다. 이곳에 살고 있는 이들은 하루만큼의 죗값을 치렀다. 하룻밤 자고 나온 이 방에는 또 누군가가 죗값을 치르기 위해 들어와 잠을 자고 일을 하고 밥을 먹을 것이다. 다음 차례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