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웹툰 '로렌스를 구해줘' 중에서

웹툰 '로렌스를 구해줘'는 재벌이 만든 그들만의 성 안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재벌 총수의 아들이 사고를 쳐 여론이 악화되자 '일반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살고 싶지 않은 재벌들은 자신들만의 성을 만들어 향락을 즐기며 살아가죠. 이름하여 '고결동'.

대통령까지 발 아래 두고 법 테두리 밖에서 살고 있는 고결동 총수는 극비리에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는 지관, 즉 무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데요. 무당은 길일을 받아 프로젝트 날짜를 정하고, 부정을 타지 않도록 굿을 하고 기도를 드리는 역할을 하죠. '통찰'을 이용해 주식에서 이윤을 내는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지관은 프로젝트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으로 '영'이 맑은 여배우를 선정해 고결동을 데려옵니다. 그런데 이 여배우의 열렬한 팬이자, 고결동 직원인 구기범이 감금된 여배우를 발견하고는 금지 구역에 들어갔다가, 발각되고 맙니다. 결국 규정을 어긴 기구범은 그 자리에서 해고를 당하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잠깐. '금지구역'에 들어갔다는 것 만으로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또 예상치 못한 해고를 당했을 때 근로자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금지 구역에 들어갔다"…해고 사유 될까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합니다. 또 법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해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산전·산후의 여성이 법에 따라 쉰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내 '금지' 구역에 들어간 것은 '정당한' 해고 이유가 될까요. 권두섭 변호사는 "만약 그 장소가 영업비밀이 있는 장소라면 영업비밀을 취득해 외부에 유출을 시켰다는 증거가 있고 정도가 심할 경우 징계나 해고사유가 될 수도 있지만, 어떤 공간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나 해고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정당한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권 변호사는 "정당한 해고는 법원이 일반적으로 판단할 때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유일 경우에 인정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위반한 경우는 정당한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무단결근이나 조퇴를 반복하거나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해당되죠. 학력이나 경력 등을 속이고 취업했다면 역시 사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봐 정당한 해고 사유가 됩니다.

사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역시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도박이나 폭행, 음주운전 등 사생활의 비행으로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아 구속이나 수형 때문에 장기적으로 근로제공이 불가능할 경우 해고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근무시간 중 사업장에서 수차례 도박을 하거나 술을 마셨다면, 또 업무와 관련해 절도, 횡령, 배임 등 범죄를 저질렀다면 정당한 해고 사유가 된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웹툰 '로렌스를 구해줘' 중에서

해고 "30일 전 통보 또는 월급 줘야"…근로자 귀책 사유 있다면 예외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고'는 할 수 있을까요. 근로기준법 제26조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30일 전에 예고 하지 않았다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천재·사변, 그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즉시 해고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 즉시 해고 가능 사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은 이렇게 정해두고 있습니다.

△금품·향응 등을 제공받고 불량품을 납품받아 생산에 차질을 가져온 경우 △영업용 차량을 타인에게 대리운전하게 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사업 기밀이나 그 밖의 정보를 경쟁관계사 등에 제공해 사업에 지장을 가져온 경우 △허위사실을 날조·유포하거나 불법집단행동을 주도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 △직책을 이용해 공급을 착복, 장기유용, 횡령 ·배임한 경우 △제품·원료 등을 몰래 훔치거나 불법 반출한 경우 △인사·경리·회계 직원이 근로자의 근무상황 실적을 조작하거나 허위서류 등을 작성해 사업에 손해를 끼친 경우 △사업장의 기물을 고의로 파손해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 △그밖에 사회통념상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사업자는 30일 전 해고를 예고하고, 즉시 해고를 원할 경우 한달 치 통상임금을 줘야 합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해고 통보는 '서면'으로 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구기범씨는 '구두'로 해고 통지를 받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해고 통보의 효력이 없는 셈이죠.

부당해고 당했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구기범씨의 경우 정당한 해고사유로도 보이지 않고, 즉시 해고가 가능한 사유에도 포함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부당해고를 당한 구기범씨는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 할 수 있'고 '구제신청은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합니다. 노동위원회는 구제 신청을 받으면 필요한 조사를 하고, 구제명령이나 기각 결정을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근로자가 구제 명령을 받았더라도 부당 해고를 하려고 했던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령'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노동위원회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결정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결과조차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림=웹툰 '로렌스를 구해줘' 중에서

직장내 폭행 "일반 형법상 폭행보다 처벌 무거워"

구기범씨는 상사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합니다. 실제 근로 현장에서 폭행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근로기준법에는 '폭행'에 대한 조항도 있는데요. 근로기준법 제8조는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또 폭행이 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제 107조)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도 있습니다.

권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상 폭행죄는 일반 형법상의 폭행보다 중하게 처벌된다"며 "실제 폭행을 당했다면 고용노동부에 신고 해 처벌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