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유명석(가명)씨는 여자친구인 최민희(가명)씨에게 휴대폰을 선물했다. 기기값은 일시불로 유씨가 결제했고 통신요금은 최씨가 내기로 했다. 둘은 헤어지면서 편의상 최씨가 요금을 내는 조건으로 휴대폰 명의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런데 1년 뒤 유씨는 몇달째 요금이 밀려 수십만원이 자신에게 청구된 사실을 알게 됐다. 유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명의자 허락하에 휴대폰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 명의로 개통하는 것은 가능하다. 무단으로 다른 사람 명의 휴대폰을 개통하는 것은 불법(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제1항 제1호)이다. 따라서 무단으로 휴대폰을 개통한 사람과 본인이 명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개통을 해준 판매 직원은 모두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따라 처벌(같은 법 제71조 제1호)된다.

그렇다면 명의자 허락 하에 휴대폰을 개통했지만, 실사용자가 통신요금을 미납한 경우의 법률관계는 어떻게 될까.

휴대폰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다른 경우에도 통신사는 명의자 앞으로 통신요금의 납부를 청구하게 된다. 또한 실제 휴대폰의 사용 여부를 불문하고 외관상 명의자가 휴대폰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 명의자는 실사용자에게 명의를 빌려주며 통신사의 ‘가입자’가 되며, 가입자는 그 휴대폰으로 사용하는 모든 통신요금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로 동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 사이에 계약으로 명의자가 아닌 실사용자가 통신요금을 납부하기로 한다면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그 계약 역시 유효하다. 이는 우리 법을 관통하는 사적자치의 원칙‧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틀에 근거한다. 물론 이런 계약에 의한 개인들 간의 법률관계의 형성 역시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다.

이처럼 당사자 간의 계약이 따로 있는 경우라면 두 사람 사이 내부적으로는 실사용자가, 대외적으로는 명의자가 통신요금 납부 의무자가 되지만, 여전히 통신사에 대해 연체 책임을 지는 것은 명의자 뿐이다.

이때 명의자는 우선 통신사에게 실사용자가 사용한 휴대폰 요금의 미납분과 그에 따른 연체료를 모두 지급해야하며, 그 뒤 내부 계약에 기해 자신이 대신 납부한 비용을 반환해달라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