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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팩트체크]'최순실 재단' 출연기업, 주주소송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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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뒤 전국경제인연합을 압박해 대기업으로부터 800억원대 자금을 출연받아 이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김창현기자

국정농단 실세인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한 기업들의 주주들이 해당기업 이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정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적법절차를 밟지 않고 회사자금을 유출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사실규명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800억대 출연금, 뇌물·불법정치자금 여부가 관건
증권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대표변호사는 4일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전화통화에서 "기업들의 자금출연이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으로 해석될 경우와 기부금으로 간주될 경우를 나눠서 봐야할 것"이라며 "뇌물·불법정치자금으로 간주될 경우에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대표소송이란 기업의 임원 등 이사진이 법령이나 정관과 같은 규정을 위반해 손해를 끼쳤을 때 주주들이 나서서 해당 이사진으로 하여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이 나올 경우 해당 이사진은 손해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회사에 납부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회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뇌물은 회사자산의 낭비로 간주된다"며 "뇌물금액만큼의 손해를 회사에 끼쳤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이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할 경우에도 소송제기가 가능하다는 점은 이전 판례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며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불법정치자금 제공을 이유로 해당액만큼의 배상명령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의 A변호사도 "기업이 합리적 이유나 타당한 근거도 없이,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은 채, 사업타당성도 없는 재단에 회사자금을 이전했다"며 "이같은 행위는 당연히 주주대표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실소유자로 지목되는 최순실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대기업으로부터 800억원대의 출연금을 강제로 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제공한 기업은 총 53개사로 이 중 23개사가 10억원 이상의 출연금을 냈다. 

현대차 (148,000원 상승2000 1.4%), SK하이닉스 (47,500원 하락2700 -5.4%), 삼성전자 (1,911,000원 하락48000 -2.5%), 삼성생명 (106,000원 하락500 -0.5%), POSCO (280,000원 하락12000 -4.1%)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출연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 중에서는 수천억원 대 적자를 봤음에도 출연금을 낸 곳이 10여곳에 달했다. 이사회 등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자금출연을 한 곳은 단 2곳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출연행위가 뇌물·불법정치자금 제공으로 간주되는 경우) 이사회 개최가 없었다면 해당 자금집행 결재라인에 있는 집행이사나 경영진이 책임추궁을 당할 수 있다"며 "이사회를 개최한 경우라도 해당 자금이 뇌물·불법정치자금으로 간주된다면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진이 소송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 기부금으로 간주될 경우 소송가능성↓"
다만 이들 기업들의 출연행위가 뇌물·불법정치자금 제공이 아니라 단순 기부금 제공으로 간주될 경우에는 소송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이 자금모집에 간여한 행위가 직권남용으로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만약 기업들의 출연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나 불우이웃돕기 성금납부 등으로 풀이될 경우 소송제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수사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출연자금이 뇌물·불법정치자금으로 간주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출연금이 '기부금'으로 간주된다더라도 미르·K스포츠재단이 재단으로서 실체가 없이 단순히 최순실에게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도관(통로)에 불과하다고 밝혀진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며 "사실관계가 좀 더 확인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소형로펌의 B변호사 역시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을 동계올림픽 사업과 같은 정부사업 또는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사업에 기부하려는 의도로 진행했다면 소송제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책임 활동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부금이 실제 집행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순실이나 정유라(최순실의 딸)에게 돈이 갈 것을 알면서 자금을 제공한 게 아니라면 기업의 출연행위를 위법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금출연 과정에서 기업이 강제적으로 출연했다더라도 소송제기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출연의 실질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하지만 자금출연 행위의 외형이 '기부금'이라고 하더라도 그 실질이 국정농단 실세에게 자금을 제공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는 이상 소송가능성을 낮게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A변호사는 "갑자기 대표이사 도장을 들고 호텔로 모이라는 등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자금이 모집된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들의 자금출연 행위가 '기부'일 뿐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짜 사회적책임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자금을 출연했다면 수십억원씩의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목적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등 제 역할을 다 했어야 했다"며 "기업들이 단지 돈만 내고 재단운영에 간여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기부'로 봐야할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압에 의한 자금출연이라고 하더라도 자금출연 강요가 목숨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거부할 수 없었을 정도인지도 의문"이라며 "단지 권력에 밉보이기 싫다는 정도의 이유로 '강압성'을 주장한다면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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