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리코댐이란 이름은 환경법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잘 알고 있거나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고, 환경법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아주 생소할 것이다.

테네시 강 유역에 자리 잡고 있는 텔리코댐은 용수와 전력 공급, 수자원 관리를 목적으로 한 다목적 댐이다. 1967년 미국 의회는 테네시강 유역의 개발을 위하여 텔리코댐을 짓기로 했고, 1973년경에는 95% 이상 공사가 진행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1973년 텔리코댐 근처에서 새로운 어종인 '스네일 다터'라는 물고기가 발견됐다.

테니시 대학 어류학자인 에트니어 교수는 댐이 완공되면 수중 생태계가 변화되어 스네일 다터가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텔리코댐 공사와 관련된 찬반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개발론자들은 댐건설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전론자들은 텔리코댐 건설 중단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소송은 연방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1978년 연방대법원은 어떤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종의 멸종은 막아야 한다며 1억달러라는 거액이 투입된 사업을 중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 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정부는 이른바 4대강 사업을 야심차게 밀어붙였다. 그 넓은 4대강 유역지역과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는 데에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에 많은 국민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며 우려했다. 4대강 사업의 졸속 행정에 대하여 비판했고 졸속으로 이루어진 환경영향평가의 재작성을 요구했다. 정부의 반응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은 법원에 4대강 사업승인처분의 집행정지와 처분취소를 구했다.

대부분의 법원들은 '일부 위법이 있지만 취소사유에는 이르지 못한다'거나 '취소사유에는 해당하지만 중대한 공공복리를 위해 사정판결을 한다' 등의 이유로 국민들의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내린 데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법원이 확실치 않은 이유로 함부로 제동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도 일부 작용했다는 후문도 있다.

그 결과 4대강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4대강 개발에 투입된 돈보다 더 큰 돈이 환경정화를 위해 투입돼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파괴된 환경은 아무리 큰 돈을 들인다 하더라도 되찾아 오기 힘들다. 정부와 법원이 환경의 소중함을 등한시한 결과는 국민들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때때로 '개발'이라는 논리에 휩싸여 '환경'의 소중함을 놓치곤 한다. 그러나 우리 법원 역시 인정했듯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는 다른 권리에 비해 한 차원 높은 권리다. 이제라도 어떤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종의 멸종은 막아야 한다던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