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전 증후권으로 인한 충동조절장애로 인한 범행도 심신장애로 볼 수 있으므로 정신상태를 감정하지 않은 원심은 잘못이라며 판결을 파기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A씨는 수많은 절도죄의 전력이 있었다. 31년 전에 결혼한 A씨는 남편과 아들 셋을 둔 가정주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생리 기간이 되면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곤 했다. 그럴 때면 A씨는 가게 등에서 특정 물건들을 보면 온 몸에 열이 나면서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그냥 집어 들고 절도를 하게 됐다. 

A씨는 병원에서 '병적절도(생리전증후군)'라는 병명으로 진단을 받기도 했다. 의사 B씨는 "A씨의 상태에 대해 이러한 절도행위는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도벽으로 일어난 것이기보다는 비정상적인 의식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향후 약 3년간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남편인 C씨도 탄원서에 "피고인이 수년 전에 집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를 다친 일이 있었는데 그 후유증으로 매월 주기적으로 머리에 혹 같은 것이 나타났다가 없어지곤 하며 그 때마다 몸에 심한 열이 나고 자신의 의지로는 통제불능의 행동을 하며 특히 생리 기간 중이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고 기재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A씨의 절도죄에 대해 어떻게 판결했을까.

대법원 형사3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정주부 A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02도1541 판결)

대법원 재판부는 "생리기간 중 충동적으로 절도하는 생리전 증후군도 형법상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생리기간 중에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의 심각한 충동조절장애에 빠져 남의 물건을 훔치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발동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하거나 미약한 상태에서 저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원심이 전문가에게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감정시켜 범행 당시 피고인의 정신상태가 어땠는지, 그리고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상실했거나 그와 같은 능력이 미약해진 상태였는지 여부를 확실히 가려보지 않은 것은 잘못이란 얘기다.

심신장애가 인정되면 처벌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비교적 엄격하게 인정하는 편이다. 이 사건에서 A씨는 생리전 증후군 등으로 이미 증상이 있는 상태였고 관련 내용에 대해 의사가 진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A씨가 심신장애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따져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판례 팁 = 생리기간 중 충동조절장애에 빠져 절도 행위를 한 경우 심신 장애가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심신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엔 정신 감정을 거치는 등 관련 사실 여부를 재판부가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 관련 조항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