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늬만 컴플라이언스 의미 없어…제대로 안하면 국제소송 더 늘 것"

[the L][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대표 인터뷰]김종한 폴 헤이스팅스 변호사

사진=폴 헤이스팅스

"'컴플라이언스(준법제도)'에 대해 모양만 흉내낼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해야 해요. 사업 방식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합니다."

'한국형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관심을 높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후 50여일이 지났다. 김종한 폴 헤이스팅스 서울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김영란법 시대에는 기업들이 제대로 된 준법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식만 갖췄다고 제대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2012년 서울사무소 문 열어…의뢰인과 신뢰관계 가장 중요"

폴 헤이스팅스는 전세계 21개 사무소와 1000여명의 변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로펌이다. 1951년에 설립돼 비교적 신생 로펌에 속하지만, 출범부터 태평양 국가를 타깃으로 한만큼 아시아 지역에서 일찍이 자리를 잡았다. 한국 시장에도 1970년대 산업은행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법률 자문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12년 문을 연 서울사무소는 국내 기업의 해외 소송, 해외 인수합병(M&A), 해외 증권 발행 등을 주력 분야로 삼고 있다.

1989년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김 변호사는 1991년 삼성전자 미국 진출 시 처음 한국 기업을 고객으로 맞았다. 이후 아시아나항공과 기아차의 첫 미국 진출을 지원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투자자문관을 맡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로펌들이 프로젝트 개념으로 사건을 수임한다면 폴 헤이스팅스는 의뢰인 중심으로 사건을 맡는다"며 "여러 사건을 수임하는 것보다 소수의 핵심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깊은 신뢰관계를 맺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1991년 맡은 첫 한국기업인 삼성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폴 헤이스팅스의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오롱-듀폰 1조원대 영업비밀침해 소송…변호사 그만 둘 각오까지"

폴 헤이스팅스가 한국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건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듀폰의 1조원대 영업비밀침해 소송'이다. 2009년 듀폰이 코오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코오롱에게 1조원에 달하는 배상금 지급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 끝에 1심 무효 결정을 받아내고 지난해 만족할만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사건을 맡은 김 변호사는 1심 판결 후 변호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법원이 코오롱에 유리한 증거는 대부분 채택하지 않았어요. 비합리적인 판결이었고 만약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사법제도 아래서 더 이상 변호사를 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했죠. 1심은 공장폐쇄까지 명령했어요. 코오롱의 젊은 직원들을 봤는데 이렇게 판결이 확정되면 이 직원들은 어떻게 하나 생각이 들면서 너무 미안하고 재판부에 화가 나더라고요.

대부분 1심에서 크게 지고 나면 변호인을 바꾸고 다시 팀을 꾸려서 항소를 해요. 하지만 의뢰인에게 꼭 다시 맡겨달라고 설득했죠. 만약 항소심에서 결과를 바꾸지 못하면 변호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어요.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사가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며 해임시키고, 다른 판사에게 재판을 다시 받으라고 결정해줬어요. 개인적으로는 명예회복의 순간이었죠."

사진=폴 헤이스팅스


◇"영업비밀유출 문서까지 보관하는 기업…'디테일'한 교육·법 준수 환경 만들어야

25년간 한국기업의 해외 진출을 옆에서 지켜봐 온 김 변호사는 "초창기 기업들이 로펌을 선임하고도 백인 미국 변호사는 못 믿겠다는 얘기도 했는데 지금은 굉장한 노하우를 쌓았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라며 웃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진 만큼 위험도 커졌다. 김 변호사는 "한국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미국기업들의 견제가 거세다"고 말했다.

"단순히 소송이 늘고 있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소송의 질이에요. 기업 규모가 커진 만큼 소송 규모도 수천 억원대에 달해요. 한국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니 미국기업 입장에서는 혹시 기술 유출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특허침해를 한 것은 없는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이용해 소송으로 견제를 하는거죠.

특히 영업비밀유출과 담합은 수천 억원대의 손실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형사처벌까지 이뤄질 수 있는 중범죄에요. 소송을 당하고 준비하면 늦어요. 미리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김 변호사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대비책은 '준법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다. 밥 한끼 먹는 것부터 문서보관법까지 세세하게 지침을 마련하고, 모든 조직원이 이를 체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진짜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도입해야돼요. 단순히 시스템을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까지 해온 사업방식 자체를 뜯어 고친다고 생각해야죠. 지금까지 매출 위주의 영업을 했다면, 이제는 전 직원을 상대로 합법과 불법의 차이, 되는 것과 안되는 것에 대해 세세하게 지침을 만들고 철저하게 교육해야 해요.

한국 기업들은 문서보관을 공무원처럼 해요. 수십 년간의 모든 자료를 보관하는데, 심지어 상대방 기술을 빼온 것까지 기록을 해서 보관을 해요. 미국에는 증거보존제도가 있어요. 일단 소송이 발생하면 당사자들은 모든 증거를 보관해야 해요. 소송 당사자가 되고 나서 문서를 삭제하면 그 문서가 소송과 관련이 있는지와는 별개로 사법방해로 처벌을 받아요. 당연히 소송 결과도 불리해지죠. 미리 합법적으로 문서를 간소화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국내법 위반이 해외진출 발목 잡을 수 있어…경영진부터 바뀌어야“

준법제도는 미국 내에서도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김 변호사는 "최근 미국 법무부에서 기업이 준법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했다"며 "유명무실하게 운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됐죠. 미국 정부와 기업은 법적으로 해외에서 부패 사건에 연루된 회사와는 사업을 못하게 돼 있어요. 국내에서 김영란법을 위반해 처벌을 받으면, 미국에서는 더이상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거죠."

김 변호사는 준법제도가 기업 내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으로 '경영자의 마음가짐'을 말했다.

"기업 내에서 준법제도를 처음 시행하면 조직원들의 반발이 심해요. 경영진은 빨리 해내라고 하는데, 지킬 것 다 지켜가면서 어떻게 하느냐는 반발이 나오죠. 경영진부터 바뀌어야 해요. 매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명예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조직원이 법을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Who is]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간 김종한 변호사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198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 폴 헤이스팅스에 합류해 삼성전자 특허권 관련 소송, 대한항공과 LG디스클레이 담합사건 등을 수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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