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다섯 가구 중 한 곳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관련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기 위한 준비가 충분할까요?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반려동물과 동고동락하는 법'(동동法)을 통해 반려동물과 관련한 법적쟁점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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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미지투데이 |
2013년 12월 배우 엄앵란은 한 종합편성채널에 나와 전 재산을 애완견에게 유산으로 상속하겠다는 발언을 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에게 밥을 차려 줄 사람도 없고 딸들도 그를 챙기지 않았는데 오직 강아지만이 그의 외로움을 달래줬다는 이유에서다.
애완견에게 거액의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는 외국에서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그의 애완견들에게 약 300억원의 재산을 상속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2007년 사망한 한 미국의 부동산 재벌이 그의 애완견에게 140억원을 상속하기도 했다(다만 잇따른 소송을 거치며 이 애완견이 받을 유산은 20억원으로 줄었다는 후문이다).
한국에서도 애완동물에게 상속효과를 부여하는 금융상품이 개발됐다. KB국민은행이 개발한 반려견 신탁상품은 반려견의 주인이 은행에 사육관련 비용을 신탁계좌에 넣어두면 주인의 사망 후 미리 지정한 새로운 반려견 부양자에게 사육·보호·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이미 반려동물은 다양한 법제에서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반열에 올라섰다. 권리의 주체로 '인간'을, 권리의 객체로 '물건'을 구분하고 동물을 '물건'으로 봤던 오랜 기간의 인식체계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동물은 자신이 받은 고통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같은 문제가 논란거리가 됐던 판결이 실제로 우리나라에 있었다.
2009년 A씨는 자신이 키우던 2마리의 개를 B협회에 위탁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매월 14만원씩 22개월간 총 308만원의 위탁료를 납부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B협회는 A씨의 개 2마리를 유기견으로 오인, 안락사시켰다. A씨는 B협회를 대상으로 본인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2000만원)와 별도로 죽은 애완견 2마리(마리당 200만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함께 청구했다.
1심법원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A씨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B협회는 A씨로부터 위탁받은 개 2마리를 유기견으로 오인한 과실로 위 개들을 안락사시킨 잘못이 있다"며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 위자(위로하고 도와줌)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위자료를 600만원으로 대폭 깎았다.
1심재판부는 또 죽은 2마리의 개가 입은 정신적 충격에 대한 위자료 부분에 대해서 "권리능력이 없는 위 동물들이 위자료 청구권의 귀속주체가 된다거나 그 위자료 청구권이 견주인 A씨에게 상속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죽은 동물 자체에 대한 위자료 청구)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다만 A씨의 위자료를 산정할 때 이를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기각판결이 나왔다. A씨는 상고심까지 이 사건을 가져갔지만 역시 기각판결을 받았다.
상고심 재판부는 2013년 4월 판결을 통해 "동물보호법의 입법취지나 그 규정 내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민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동물에 대해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고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도 없다"며 "애완견 등 이른바 반려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동물 자체가 위자료 청구권의 귀속주체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안락사 당한 개 2마리의 위자료 청구를 배척하는 대신 이같은 사정을 A씨 위자료 산정시 참작한 원심의 조치는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대법 판결에 대해 윤철홍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는 법조협회의 '법조'지에 게재한 평석에서 "'동물은 물건에 불과하다'고 하면서도 동물의 소유자에 대한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를 함께 인정했다"며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나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의 체계상 권리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애완견은 물론이고 반려동물 등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생명이 없는 일반물건과 달리 취급돼야 한다"며 "오스트리아 민법전과 독일·스위스 민법전 등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민법전에서의 선언이) 기존 2000여년간 확고히 자리잡았던 권리주체로서의 인간과 객체로서의 물건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권리주체인 인간과 객체로서 물건 사이의 중간물로서 '생명', 즉 희노애락을 느끼는 감정을 가진 생명체로서 동물을 인정하는 3원적 체계로 변모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스위스 채무법에서 인정하는 것처럼 동물들에게 부담부증여의 수익자나 유증에 있어서의 수증자, 신탁계약에서의 수탁자로서 지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위스·독일 민사소송법에서 동물을 압류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처럼 반려동물을 압류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의 취급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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