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을 믿고 자신의 배를 불리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자금 뿐만 아니라 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뜯어내려' 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 공소장 첫부분에 박 대통령과 최씨의 인연을 기술했다. 검찰은 최씨와 박 대통령이 40년간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해 왔고 특히 18대 대선 과정에서 선거운동을 적극 지지했다고 했다.

이 인연을 근거로 최씨가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을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검찰은 애초에 두 재단의 설립을 기획한 것은 대통령이지만 이후 대통령이 최씨에게 '전국경제인연합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각출해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했다.

이후 최씨는 재단의 이사장 등 임원진을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또 재단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는 등 재단의 인사 및 운영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재단 이름을 '미르'로 정하고 임직원 면접도 본인이 직접 봤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정한 재단 이름과 재단 임원 인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두 재단은 대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의 출연금을 받아냈다.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 했다"는 것이 검찰이 분석한 대기업들의 출연 이유였다.

최씨는 더 나아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기업들이 일감을 주도록 압박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최씨가 챙긴 돈이 100억원이 넘는다.

최씨는 또 재단의 돈을 빼내려고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K스포츠재단을 상대로 자신이 소유한 회사 더블루케이가 연구용역을 수행할 것처럼 꾸며 용역비 7억원을 빼내려고 한 것이다.

여기에 처분이 제한된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의 비율이 기존 9:1에서 2:8로 변경된다. 최씨가 재단 돈 774억원을 사실상 사유화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최씨와 박 대통령의 수족에 불과했다. 최씨와 박 대통령이 결정한 일을 전달하고 실제로 추진하는 일을 했을 뿐, 재단과 관련해 자신만의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씨를 이날 기소한 뒤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향후 가장 큰 뇌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이다. 검찰은 일단 대가성은 없었다고 보고 있지만 이 가능성은 열어 놓고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최씨는 뇌물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단 출연 기업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계속해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향후 특검 수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