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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사건 중에는 법률가 누가 보더라도 그 결론은 명백하여 다른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없는 사건들이 있는 반면에, 법관의 가치관에 따라서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는 사건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법률가마다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게 되는 원인은 당사자 사이에 계약에서 요건이나 효과를 명확히 정하지 않거나, 법률이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 법관의 가치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하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관의 양심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서 법관의 양심이라 함은 가급적이면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과 일치해야 하겠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법관 개개인의 가치관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때 법관의 양심이 편향된 것이라면, 결국 판결은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 볼 때에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관임용 시스템은 임용 대상자들의 윤리관이나 가치관 등에 대한 완벽한 평가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이렇듯 법관의 가치관에 상당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재판이 단 한차례에 걸쳐서 결정되어 버린다면, 결국 재판의 결과는 어떠한 법관을 만나는지에 따른 운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헌법 제101조 제2항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은 3심제를 취함으로써 재판의 결과가 사회의 평균적인 가치관, 즉 상식에 가깝게 수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입니다.
◇3심제의 운영방식에 관한 법원의 태도
이렇듯 3심제는 각 심급에서 담당재판부가 각자의 양심에 따라 치열하게 최선의 결론을 이루고자 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이고, 항소심에서 1심의 결론을 뒤집는 결과가 수시로 발생하는 것은 그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1심과 항소심의 결과가 엇갈릴 때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를 가진 대법원이 신중한 검토를 거쳐서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2016년도 시무식에서 “분쟁을 1회적으로 해결하는 재판이 가장 바람직하다. 항소심은 두 번째 1심이 아니다. 1심 법관은 최종심 법관처럼 최선의 결론을 내리고, 상급심 법관은 그 한계를 지킴으로써 판결을 쉽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 심급제도가 그저 같은 사건의 재판을 되풀이하는 절차로 잘못 운용돼서는 안 된다. 한번 내려진 사법적 판단은 좀처럼 변경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질 때 재판의 권위와 신뢰를 찾을 수 있다.”라고 강조하였으며, 수시로 개최되는 법관포럼에서도 법관들이 1심에서 충실한 심리를 하고 항소심에서 사정변경이 없으면 가급적 1심 판결을 존중하는 관행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각 매체를 통해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항소심에서 1심의 결론을 뒤집는 일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3심제의 위기
그러나 대법원장의 위와 같은 발언은 대단히 위험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만약 1심의 결론이 충실한 심리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리고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과 배치되는 편향된 것이라면, 그리고 1심에 오류가 존재한다면 항소심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관의 양심에 따라 과감하게 1심의 결론을 뒤집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가뜩이나 항소심이 판결문을 다시 작성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하여 1심 재판부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판결문에서 상세한 판단이유의 기재를 생략하는 관행이 보편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되는 가운데, 대법원장의 위 발언은 항소심의 기능을 무력화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저로서는 법원의 권위가 항소심에서 편향된 원심의 판결을 방치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법원의 결론이 무조건 빨리 이루어진다고 하여 만족할 것으로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는 법원이 모든 심급에 걸쳐서 어떤 결론이 옳은 것인지에 관해서 각자 최선을 다하여 심리하고 판단하며, 그 결론이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과 부합할 때에 비로소 법원은 자연스럽게 국민의 신뢰를 얻어 나가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법원장은 1심 재판부가 최종심인 것처럼 충실한 심리를 거쳐서 최선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선에서 발언을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모든 사건에서 항소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당연히 1심은 최종심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1심 재판부가 최종심인 것처럼 충실한 심리를 거쳐서 최선의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항소심은 당연히 그 스스로 이런 1심의 결론을 존중할 것입니다.
그러나 1심의 충실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태에서, 대법원장이 1심 존중의 말을 꺼낸 것은 항소심 역할의 무력화하는 위험한 발언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최선을 다한 재판도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법관들의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 결과를 두려워할 때 비로소 그 자신을 채찍질 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최선을 다한 결론이라면 오류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듯한 대법원장의 자신감은 사법부의 오만함을 엿보는 것 같아 씁쓸하게만 느껴집니다.
한정수 변호사는 15년간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하다가 서귀포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한변의 법률사무소'라는 1인 법률사무소를 개설했다. 법률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을 통해 전국 각지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로펌 중국사무소 대표를 맡기도 했던 중국전문가로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선 나홀로소송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렇듯 법관의 가치관에 상당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재판이 단 한차례에 걸쳐서 결정되어 버린다면, 결국 재판의 결과는 어떠한 법관을 만나는지에 따른 운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헌법 제101조 제2항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은 3심제를 취함으로써 재판의 결과가 사회의 평균적인 가치관, 즉 상식에 가깝게 수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입니다.
◇3심제의 운영방식에 관한 법원의 태도
이렇듯 3심제는 각 심급에서 담당재판부가 각자의 양심에 따라 치열하게 최선의 결론을 이루고자 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이고, 항소심에서 1심의 결론을 뒤집는 결과가 수시로 발생하는 것은 그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1심과 항소심의 결과가 엇갈릴 때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를 가진 대법원이 신중한 검토를 거쳐서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2016년도 시무식에서 “분쟁을 1회적으로 해결하는 재판이 가장 바람직하다. 항소심은 두 번째 1심이 아니다. 1심 법관은 최종심 법관처럼 최선의 결론을 내리고, 상급심 법관은 그 한계를 지킴으로써 판결을 쉽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 심급제도가 그저 같은 사건의 재판을 되풀이하는 절차로 잘못 운용돼서는 안 된다. 한번 내려진 사법적 판단은 좀처럼 변경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질 때 재판의 권위와 신뢰를 찾을 수 있다.”라고 강조하였으며, 수시로 개최되는 법관포럼에서도 법관들이 1심에서 충실한 심리를 하고 항소심에서 사정변경이 없으면 가급적 1심 판결을 존중하는 관행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각 매체를 통해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항소심에서 1심의 결론을 뒤집는 일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3심제의 위기
그러나 대법원장의 위와 같은 발언은 대단히 위험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만약 1심의 결론이 충실한 심리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리고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과 배치되는 편향된 것이라면, 그리고 1심에 오류가 존재한다면 항소심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관의 양심에 따라 과감하게 1심의 결론을 뒤집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가뜩이나 항소심이 판결문을 다시 작성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하여 1심 재판부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판결문에서 상세한 판단이유의 기재를 생략하는 관행이 보편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되는 가운데, 대법원장의 위 발언은 항소심의 기능을 무력화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저로서는 법원의 권위가 항소심에서 편향된 원심의 판결을 방치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법원의 결론이 무조건 빨리 이루어진다고 하여 만족할 것으로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는 법원이 모든 심급에 걸쳐서 어떤 결론이 옳은 것인지에 관해서 각자 최선을 다하여 심리하고 판단하며, 그 결론이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과 부합할 때에 비로소 법원은 자연스럽게 국민의 신뢰를 얻어 나가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법원장은 1심 재판부가 최종심인 것처럼 충실한 심리를 거쳐서 최선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선에서 발언을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모든 사건에서 항소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당연히 1심은 최종심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1심 재판부가 최종심인 것처럼 충실한 심리를 거쳐서 최선의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항소심은 당연히 그 스스로 이런 1심의 결론을 존중할 것입니다.
그러나 1심의 충실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태에서, 대법원장이 1심 존중의 말을 꺼낸 것은 항소심 역할의 무력화하는 위험한 발언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최선을 다한 재판도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법관들의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 결과를 두려워할 때 비로소 그 자신을 채찍질 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최선을 다한 결론이라면 오류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듯한 대법원장의 자신감은 사법부의 오만함을 엿보는 것 같아 씁쓸하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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