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아내가 이혼하면 아들 성을 바꿔버린다는데…

[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Q) 결혼한 지 7년 만에 이혼하려고 합니다. 결혼 전부터 문제가 많아서 몇 번이고 그만 두려다가 어렵게 결혼한 건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결혼 전 아내가 저희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왔을 때 저희 어머니가 아내에게 '우리 아들은 의사한테 장가갈 수도 있었는데도 너를 고른 거다'라고 말씀을 하신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고, 신혼집과 혼수, 예단 때문에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아내에게 뭐가 그리 불만이신지 아들인 제가 보기에도 독하고 야멸찬 말씀을 많이 하셔서 아내와 저는 늘 다투게 되었습니다.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낫겠지 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부모님의 태도는 별로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도 젊은 당신이 이해해야 한다고 제가 아내를 달랬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저와 아내는 지쳐갔고 결국 이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네 살인 아들은 아내가 키우기로 했는데, 아내는 당신 집안이 지긋지긋하다면서 아들의 친권까지 가져가서 이혼만 하면 아들의 성을 바꿔버릴 거라고 하네요. 그 얘기를 전해들으신 저희 부모님은 난리가 났고요. 아들의 성을 바꾸면 안 되니까 저한테 재판을 해서라도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도 부모님도 네 살짜리 아이를 키울 형편은 못 됩니다.

아내가 아들의 친권을 가져가면 아이 성을 바꿔버릴 수 있는 건가요? 아이 성을 바꾸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혼할 때 아이의 양육권은 아내에게 주더라도 친권은 꼭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남편들이 있습니다. 공동친권자가 꼭 되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아내가 아이의 단독친권자가 되면 아이의 성을 맘대로 바꿔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또 아내가 아이의 친권을 가져가면 그 집안의 자손이 되어버리는 거 아니냐, 우리 집안의 자손이니 내가 친권을 가져야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염려는 친권과 성변경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우일 뿐입니다.

일단 친권(親權)이 뭔지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친권에 대한 법률적인 정의는 부모가 자녀를 보호, 양육하고 그 재산을 관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 의무의 총칭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자녀의 보호, 교양과 이를 위해서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자녀의 거소를 지정할 수 있으며, 자녀의 특유재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친권이 용어 자체는 '권리'로 되어 있지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실상은 '권리'라고 할 만한 부분은 자녀의 특유재산관리권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미성년자는 법률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모가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의 대리인이 되도록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재산관리권을 제외한 친권의 나머지 부분은 부모가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노릇을 하기 위해 당연히 하는 것들인데, 부모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면 늘 같이 얘기해서 부모노릇을 할 수 있지만 이혼하게 되면 더 이상 아이를 같이 키우는 게 아니니까 편의상 친권행사자를 지정하게 됩니다.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가 친권자로 지정이 안 되면 아이와 혈연관계가 끊긴다고 생각하거나, 아이가 친권자로 지정된 집안의 호적에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이건 정말 아무 근거가 없는 생각입니다. 일단 누가 누구 집안에 속한다거나 누구의 호적에 올라간다는 생각은 호주제가 유지되던 시대에 만들어진 관념인데, 호주제는 이미 2005년에 폐지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아이가 부모 중 한 쪽의 집안에 속하고 그 호적에 올라간다는 상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친권자가 아니라고 해도 아이의 부모라는 혈연관계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혼 후 친권이 구체적으로 문제되는 상황은 대개 아이의 여권, 통장을 만들 경우, 아이의 전학을 결정할 경우, 아이한테 소송이 걸렸을 경우 등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친권자가 여권, 통장을 신청하고 전학 동의를 하고, 아이의 대리인으로서 소송을 수행하게 됩니다. 단독친권자는 단독으로 하면 되고, 부모가 공동친권자라면 공동으로 해야 합니다. 아이 통장 하나 만들자고 이혼한 부부가 같이 가야 하니 이혼한 부부로서는 불편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아이의 양육권자가 친권까지 같이 갖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친권자라고 해도 아이의 성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단독 친권자인 엄마가 법원에 아이의 성변경심판청구를 할 수는 있지만, 성변경절차에서 법원은 아이의 성변경에 대한 친부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습니다. 법률적으로는 친부의 동의가 필수요건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친부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성변경이 쉽게 되지 않습니다. 특히, 양육비를 계속 주고 아이를 잘 만나는 친부가 아이 성변경에 반대한다면 법원으로서도 아이 성변경을 허가해주기가 어렵습니다.

성변경제도 시행 초기에는 친부의 동의가 없어도 '자녀의 복리'를 근거로 해서 성 변경을 해주곤 했는데, 제도가 시행된 후 상당한 시일이 흘러 쉬운 성변경으로 인한 문제점이 부각되기 시작해서 친부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법원의 성변경 허가를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답니다. 그러니, 성 변경을 막고 싶다면 굳이 공동친권자가 되는 것보다는 아이 양육비를 잘 주고 아이를 자주 만나서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조혜정 변호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김영란법 시대 밥먹는 법-김밥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