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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리포트]'넥슨 공짜주식' 뇌물 아니다? '직무관련성'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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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전 검사장이 지난 7월14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김창현기자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대표로부터 받은 9억여원의 금품에 대해 '뇌물'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김정주 대표가 수사과정에서부터 법정심리에서까지 줄곧 "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하지만 진경준이 검사이기 때문에 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나중 형사사건에 대해 진경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돈을 줬다"고 진술했음에도 법원이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진 전 검사장이 받은 금품이 뇌물로 간주되려면 '직무관련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게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받은 금품에 대해 "진 전 검사장이 단순히 검사의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수한 이익과의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특정된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주식 등 이익을 수수한 10여년의 기간 동안 진 전 검사장의 특정된 직무와 관련한 현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직무관련성'의 의미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2005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9억53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직무와 관련해 김 대표로부터 수수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9억5300여만원에는 넥슨 주식 취득자금 4억2500만원을 포함해 넥슨홀딩스 명의의 제네시스 차량의 리스료, 김 대표가 제공한 여행경비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이같은 금품수수 행위가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관련한 것으로 보고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를 동시에 기소했다.

기존 판례들은 뇌물죄에서의 직무에 대해 △공무원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 뿐 아니라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도 포함한다고 하고 있다. 또 법령에 정해진 직무 뿐 아니라 그와 관련이 있는 직무, 과거에 담당했거나 장래에 담당할 직무도 뇌물죄를 구성하는 '직무'로 보고 있다.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도 이를 인용했으나 "이같은 법리는 공무원에게 직접적으로 맡겨진 직무상 임무와 기능적인 관련, 즉 지위·감독관계나 중간결재관계, 위임관계 등으로 담당직무와 유기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서만 그 타당성을 갖는다"고 밝혔다. 

또 "뇌물죄에서 보호하는 법익은 '공무원 직무에 대한 신뢰'이지 '공무원의 지위나 인격에 대한 신뢰'라고 볼 수 없다"며 "수수된 금원과 대가적 관계가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 직무행위가 불특정된 때에는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검사로서 소속 검찰청 관할구역 안에서 그 직무를 수행하되 필요시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위 금품수수가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검사의 신분에 있고 필요시 관할구역 외에서도 직무를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등 사실은 '진경준이 검사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검사의 신분, 지위만으로 수수한 이익과 관련성,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특정직무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법원이 공짜주식 등의 수수를 뇌물로 보지 않은 이유
이같은 이유에서 재판부는 금품수수 행위가 있었던 시점에 진 전 검사장이 어디에서 어떤 직무를 담당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해당시점에 김 대표와 넥슨과 관련한 어떤 형사사건이 실제 접수되고 처분됐는지를 일일이 비교했다. 해당시점의 진 전 검사장의 직위와 금품수수, 그리고 김 대표 및 넥슨에 대한 형사처분의 관련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2005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진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 기간에 그는 김 대표로부터 4억2500만원을 받아 넥슨주식을 취득하고 넥슨재판 주식도 취득했다. 

이 기간 넥슨과 관련한 사건으로는 서울중앙지검, 부산지검이 조사한 넥슨의 사기혐의와 서울서부지검이 조사한 넥슨의 사기방조혐의 등이 있었다. 이 혐의들은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 기간에는 또 김 대표의 음주운전 사건이 있었으나 서울중앙지검에 의해 벌금 70만원의 구약식 기소로 마무리됐다.

진 전 검사장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법무부 국제형사과장·형사기획과장,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미래기획단장, 인천지검 2차장검사 등으로 활동할 무렵에도 여행경비, 제네시스 승용차 리스료 등을 받았다. 이 기간 넥슨이나 김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수원지검 성남지청 등에서 정보통신망법 위반, 게임산업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아 구약식 100만원 벌금형 기소 또는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 대표 또는 넥슨의) 피의사실이 가벼운 내용에 불과하고 그 자체로도 범죄가 성립되기 어렵다" "진 전 검사장이 근무한 검찰청의 관할권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검찰청에서 사건이 처리됐다" "진 전 검사장의 직무가 해당사건 처리에 기능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2005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9년6개월간의 직무연관성을 통틀어 부정했다.

또 "김 대표가 상당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외에는 장래에 진 전 검사장의 직무에 관한 현안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다른 사정이 없다"며 "과거 10여년간에도 진 전 검사장의 직무에 관한 현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익제공만을 이유로 장래 담당직무와 대가관계에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과도하게 엄격한 직무관련성 요건 고집한 법원, 왜?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진 전 검사장의 금품수수행위의 직무관련성 요건을 과도하게 엄격히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직위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무관련성을 모두 배척한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돈을 얻어 넥슨, 넥슨재팬 주식을 취득한 2005년 4월~2007년 3월 기간과 제네시스 승용차 리스료 등을 수수한 2008년 3월~2009년 8월 기간은 진 전 검사장이 법무부 검찰국 소속이었던 때다.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4대요직'으로 꼽히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재판부가 진 전 검사장의 직무연관성을 과도하게 축소해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직무관련성에 대한 판단이 일관되게 유지되지는 않았다. 2011년 대법원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과 소속 공무원인 피고인이 다른 부서가 관장하는 외국국적 선박에 대한 운항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해운회사 대표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안에 대해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2014년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에 대한 상고심 재판에서 대법원은 '직무관련성'을 보다 넓게 인정했다. 2014년 당시 대법원은 "피고인은 오랜 검사생활 동안 쌓아온 인맥과 경력 등을 통해 …(중략)… 진행 중이었던 형사사건, 장래 발생할 형사사건 등을 담당할 검사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법률상·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높은 지위에 있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 김 전 검사에 징역 7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4억5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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